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이 결국 무산됐다.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가입 추천 결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과 입장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 정부는 찬성표를 던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테두리 안에서 대화를 통해 갈등과 분쟁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에 따른 선택이었다.
김상진 주유엔 차석대사는 1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에 찬성 표결했다. 이후 "'2개 국가 해법'에 대한 당사자 간 협상은 수십 년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며 "해법을 향한 경로를 활성화하기 위해 새롭고 강화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우리 입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등 협상 당사자들이 분쟁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며 PA 유엔 회원국 가입안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유엔 회원국 승인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한국의 역사적 배경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표결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아랍권 국가 등은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외교전을 펼쳤다.
지난 1일 김홍균 외교1차관을 만난 스벤 코프만스 EU 중동 평화 프로세스 특별대표는 한국이 PA의 유엔 회원국 승인 및 EU와 아랍 국가들 주도의 중동 평화 협상에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지난 14~17일 방한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윤석열 대통령, 조태열 외교장관 등과의 만남을 계기로 유엔이 아닌 당사국 간 협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지난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승인하는) 결의안이 우리가 추구하는 '두 국가 해법'을 실현하고 역내 평화를 조성하게 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아니었다면 여러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에 관심을 촉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정학적 문제로 유엔 회원국 가입이 어려웠던 경험이 있는 국가로서 한국이 국제사회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