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반도체 제조를 맡아 온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기업 TSMC가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 가까이 오른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공개한 1분기(1∼3월)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8.9% 오른 2,255억 대만달러(약 9조6,000억 원)를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결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장 분석가들은 당초 TSMC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5%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16.5% 오른 5,926억 대만달러(약 25조2,000억 원)를 기록했다.
TSMC가 좋은 실적이 나올 것 자체는 예상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정보기술(IT) 기기 전반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시장이 동반 부진에 빠진 상태였는데 1년 사이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 수요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TSMC는 HPC 분야의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더불어 AI 열풍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른 상태다.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설비 투자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설비 투자에 57억7,000만 달러(약 7조9,000억 원)를 썼다.
TSMC에 따르면 1분기 전체 매출의 65%가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첨단 공정에서 나왔다. 사용처별로는 HPC가 차지하는 비중이 46%다. 스마트폰용 제품의 매출 비중은 38%로 직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3일 발생한 지진의 여파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황런자오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진행된 기업설명회에서 "지진 사흘 뒤 복구가 완료됐으며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등 핵심 장비의 손상은 없었다"면서 "생산 중인 웨이퍼(반도체 원판)의 손상 때문에 2분기 총 수익에 0.5%포인트가량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올 초 대만전력공사가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생산 비용도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