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화려한 모피 이면엔 여우, 밍크의 눈물이… 참혹한 중국 농장 실태

입력
2024.04.18 14:00
국제동물보호단체 HSI, 중국 모피농장 실태 공개




중국 모피 농장에서 여우, 너구리, 밍크가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정형행동(비정상적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또 뜬장 사이를 닭, 오리 등 가금류가 돌아다니는 모습도 포착돼 조류독감 전파의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지난해 12월 중국 북부 허베이성과 랴오닝성 지역 5개 모피 농장을 조사한 영상을 18일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여우, 너구리, 밍크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정형행동을 하고 있으며, 뜬장 밑에는 가득 쌓인 오물과 항생제 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조사관 샤오 첸은 "호기심 많은 동물들이 좁은 철조망에 갇혀 고통받고 있었다"며 "이 같은 인간의 잔인함에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일부 농장에서는 밍크의 머리를 금속 기둥에 부딪히게 하거나 곤봉으로 내리치는 등 잔인한 도살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게 드러났다.

HSI에 따르면 각 농장은 2,000~4,000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있었다. 사육 시설은 가까이 붙어 있어 다른 종의 동물과 접촉이 가능한 데다 너구리 우리 사이로는 가금류가 돌아다녀 조류독감 등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상을 접한 앨러스테어 맥밀란 영국 뉴서레이 수의대 교수는 "닭과 오리가 너구리 우리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하는 것은 조류독감을 전파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유럽 모피농장에서는 조류독감 전파 사례가 기록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관들은 현장 조사 기간 동안 비위생적으로 길러진 너구리 사체를 식용으로 판매하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모피는 약 1,107억 원에 달한다. HSI는 진도, 대동, 선진 등 국내 모피 전문 브랜드들이 중국산 수입 모피를 취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서보라미 HSI 정책국장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동물들의 모습과 동물매개 질병의 위협은 모피 산업이 묘사하려는 화려한 이미지와 극명히 반대되는 암울한 현실"이라며 "소비자들도 모피 농장의 비극적 현실을 알게 된다면 모피 구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럽 25개국에서는 모피 동물 사육을,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14개 도시에서 모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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