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원이 넘는 은행 돈을 횡령한 주범의 부인이 남편의 범행을 도왔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남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횡령금 중 일부를 빼돌리거나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용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17일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용씨의 남편 이모씨는 2016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으로 재직하면서 3,089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행사 명의의 출금전표를 위조하거나 시행사가 대출을 요청한 것처럼 문서를 조작해 대출 원리금 상환금과 대출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부인 용씨는 이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횡령금 약 4억 원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고 현금으로 인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돈을 수표로 바꿔 비닐백에 포장해 김치통 내 김치 사이에 숨기기도 했다.
이씨 부인 등을 비롯해 이씨를 도운 공범들은 줄줄이 실형 선고를 받고 있다. 지난달 13일 횡령 자금을 현금 등으로 세탁·은닉한 전문 자금세탁업자 공모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공씨는 '상품권깡'을 하거나 환전소 현금화를 통해 이씨가 횡령한 회삿돈 중 112억5,000만 원을 세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 친형 역시 횡령 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주범인 이씨에 대한 1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검찰은 "앞으로도 범죄수익 은닉 범행에 엄정 대응해 '범죄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원칙이 확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