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도피한 30억 사기범... '국제공조'로 12년 만 국내 송환

입력
2024.04.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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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국 경찰, 검거에 중요 단서 제공
②쿠웨이트 경찰, 은신처 추적·검거
③태국 경찰, 경유지 신병 관리 협조

30억 원대 사기 범죄를 저지른 후 중동의 쿠웨이트로 도주한 50대 남성이 한국과 쿠웨이트, 태국의 3각 국제공조 덕에 12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수배된 A(58)씨를 강제송환했다. A씨는 2011년 5월 국내 한 건설사의 쿠웨이트 법인으로부터 건축자재 납품을 요청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 발주서를 작성하고 재발주해줄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277만 달러(약 30억 원)를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가 이듬해 9월 쿠웨이트로 도주하자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아 현지 경찰과 함께 추적에 나섰다.

A씨는 이후 10년 넘게 수사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갔지만, 지난달 27일 결국 덜미를 잡혔다. 쿠웨이트 경찰은 경찰청이 제공한 단서를 토대로 그의 소재를 추적해 무바라크알카비르주(州)에서 은신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잠복 수사 끝에 외출하던 A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가까스로 검거에는 성공했으나 국내 송환은 쉽지 않았다. 피의자 죄질과 도주 가능성을 고려할 때 강제송환이 불가피했지만 한국과 쿠웨이트 간 직항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쿠웨이트 대사관과 경찰은 현지 경찰 측과 제3국을 경유하는 '통과호송' 방식을 협의한 후 태국 방콕 수완니품 공항에서 한국 호송관이 A씨의 신병을 넘겨받기로 했다.

경유지인 태국 정부도 적극 협조했다. 태국 이민국은 A씨가 공항에 머무는 7시간 동안 신병 관리를 도왔다. 태국 경찰 관계자는 "왕립태국경찰은 피의자를 임시 구금하는 제도가 있어 신병관리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경찰 협력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도주한 피의자는 지구 끝까지 쫓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는 원칙하에 국제공조 역량을 결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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