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이스라엘을 도와 이란 공격에 대응한 서구 우방국들을 향해 연일 서운함을 표하고 있다. 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최근에는 무기 지원마저 소극적인 국가들이 이스라엘에는 합심해 전폭적 지원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인과 이스라엘인 목숨은 똑같이 소중하다"고 호소하며 더 절박하게 무기 요청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 공식 계정에서 "사람 목숨의 가치가 다른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테러로부터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13일 밤부터 이스라엘로 300여 기의 미사일·무인기(드론)를 퍼부었을 때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연합군이 자국군 전투기와 군함,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등을 총동원해 이를 거의 다 막아낸 반면, 우크라이나는 방공 무기 부족으로 러시아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거의 매일 무기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1억 달러(약 83조 원)는 여전히 의회에 계류돼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우크라이나가 '2급 파트너'로 간주되고 있다"(보단 야라멘코 의원)는 거친 불만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상공의 샤헤드(이란의 자폭 드론) 소리는 중동(이스라엘) 상공의 것과 같다"고 했고, 14일에는 "이스라엘은 혼자가 아니었고 동맹국과 함께였다"고 말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후 매일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 온도차를 대비시켜,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는 불씨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우크라이나 영공 방어를 위한 회의 소집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황이 계속 악화하며 우크라이나는 무기 지원 요청에 더 절박해졌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차시우 야르'에 눈독을 들이는 점을 우크라이나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은 전했다. 차시우 야르가 러시아에 넘어가면 러시아가 주변 도시인 슬로비안스크 등으로 진격하기가 수월해진다. '러시아가 다음달 9일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나치의 항복을 기념하는 날)까지 차시우 야르를 정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거나 '차시우 야르로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우크라이나는 "늦봄 또는 초여름에 러시아가 대규모 공세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재부상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6일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우리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평화회의(6월 15, 16일)를 추진하는 데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해당 회의는 우크라이나 종전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중국이 '정의로운 평화' 실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호응했다.
다만 시 주석은 회의 참석을 에둘러 거절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은 매우 균형적"(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라며 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