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6·25전쟁 시기 인민군 등에 학살당한 전북지역 기독교인 104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전쟁 전후에 희생된 종교인 규모가 1,700명에 이른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17일 전날 열린 제76차 위원회에서 6·25전쟁 당시 전북 기독교인 희생 사건을 진실규명하기로 결정하고, 북한 정권에 사과 촉구와 추모 사업 등을 지원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광복 이후 1950년 전쟁 전까지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 기독교(개신교)를 비롯한 천주교, 천도교, 유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인들이 인민군이나 지방 좌익, 빨치산 등 적대세력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2022년 5월 직권조사에 착수했고, 규명 결정이 내려진 전북지역 사건이 첫 결과물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북 기독교인 희생 사건은 1950년 7~11월 발생했다. 특히 인민군 퇴각기인 1950년 9월 28일쯤 전체 진실규명 대상자 104명의 57.7%(60명)가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중에는 ‘국내 1호 변호사’로 알려진 홍재기 변호사와 초대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인 윤석구, 백형남 등 제헌 국회의원 2명도 포함됐다.
세부 지역별로는 군산(26.9%)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와 28명이 옥구군 토굴 여러 곳에 갇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읍(17명)에서는 빨치산이 교회와 교인 집을 불태우고 불길에서 빠져 나오는 사람은 아이와 노인을 가리지 않고 찔러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기독교인들이 광복 후 공산주의를 피해 대거 월남하거나, 우익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좌익 세력의 타깃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 “예배당 사용을 두고 기독교와 인민위원회 사이에 갈등이 있었으며, 기독교가 미국 선교사와 가깝게 지내 ‘친미 세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아울러 1952년 공보처 통계국의 '6‧25사변 피살자 명부' 등 공적 자료와 교회, 교단 기록을 토대로 전국에서 학살된 종교인 약 1,700명의 명단을 파악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이번 진실규명을 시작으로 종교·지역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종교인 학살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