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침공 때문에...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한국 공연 ‘무산’

입력
2024.04.15 21:17
16일 공연 개막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들의 내한 공연이 개막을 하루 앞두고 무산됐다.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 공연을 준비해온 한국 주최사 발레앤모델의 최준석 대표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늘까지도 티켓 오픈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공연을 포기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공연이 지난 3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 등의 반발로 취소된 직후 ‘발레앤모델 2024 슈퍼 발레 콘서트’로 공연명을 변경한 해당 공연은 이달 16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 프로그램 등이 변경돼 세종문화회관 내부 규정에 따라 공연 변경 신청안 심의를 받았지만, 부결됐다. 공연 내용이 크게 바뀌어 신규 공연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인 데다 “지금 내용으로 최초 대관 심의를 진행했다면 승인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발레앤모델이 법원에 신청한 계약이행 가처분도 ‘이유 없음’으로 기각됐다.

최 대표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단장이) 자하로바 이후 더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사해 달라는 거듭된 요청을 받아 줘서 공연을 하려 했다”면서 “볼쇼이 발레단을 대표하는 무용수들로만 구성해 최종 캐스팅을 완성하고 볼쇼이 극장 수석 지휘자까지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볼쇼이’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공연 내용이 변경됐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공연 취소와 관련해 논평을 내고 ‘깊은 유감’을 밝혔다. 대사관은 지난달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 취소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일련의 조치에서 우리는 한국이 이제 문화 분야에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해 특정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고 불쾌함을 표했다.

전혼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