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장기집권한 싱가포르의 리셴룽(72) 총리가 다음 달 물러난다. 그의 부친이자 싱가포르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1959~1990년 재임) 초대 총리부터 50년 넘게 이어져온 '리콴유 가문 시대'가 막을 내린다.
15일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다음 달 15일 후계자인 로런스 웡(51) 부총리에게 권력을 넘긴다고 이날 밝혔다. 리 총리가 2004년 8월 고촉통(1990~2004년) 총리로부터 자리를 넘겨 받은 지 약 20년 만이다. 리 총리는 고 총리 내각에서도 부총리 등 고위직을 지내며 국정에 참여했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후 줄곧 현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집권하고 있다.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대통령과 달리 실권자인 총리는 사실상 PAP 지도부가 결정한다. 정해진 임기 없이 현직 총리가 후임자를 물색하는 방식으로 권력이 승계돼 왔다.
그런 탓에 지난 65년 싱가포르 역사상 리콴유·고촉통·리셴룽까지 단 3명만 총리를 지냈다. PAP는 2022년 4월 리 총리 후계자로 웡 당시 재무장관을 낙점했다. 웡 장관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구성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에서 맡은 공동의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웡 부총리는 PAP를 이끄는 젊은 정치 지도자들인 이른바 '4세대(4G) 그룹'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제학,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로 돌아와 산업통상부, 재무부, 보건부 등에서 일했고, 2005년 리 총리 수석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는 공직 생활을 정리한 후 2011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문화·공동체·청년부 장관, 국가개발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을 거쳐 2021년 4월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4대 총리로 낙점된 후에는 부총리를 겸직하며 '대권 수업'을 받아왔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겸손함과 사명감을 가지고 주어진 책임을 받아들이겠다"며 "내 모든 것을 바쳐 일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