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우울증, 불규칙한 생활 습관·가족력이 재발 요인"

입력
2024.04.15 20:11

조울증과 우울증 등 기분장애 재발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규명됐다.

기분장애는 안정적인 기분을 조절하는 데 어려워 상당 기간 정상 범위보다 기분이 처지는 상태로 유지되거나 지나치게 들뜨는 상태를 말한다. 흔히 조울증(躁鬱症)이라 부르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 우울증이라 부르는 주요우울장애 등을 포함한다. 기분장애는 첫 발병 후 재발이 잦고 증상이 심각해지 마련이다.

양극성 장애는 흔히 단순히 감정 기복이 심한 것으로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기분이 매우 들뜨고 고양된 ‘조증(躁症)’과 푹 가라앉은 ‘우울(憂鬱)’이 지속되지 않고 일정 기간 삽화(揷話)처럼 나타나고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질환이 양극성 장애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극심한 영향을 주기에 재발을 예측·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헌정·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여러 기분장애 재발을 막기 위해 요인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2015년 7월~2019년 12월 4년 간의 다기관 전향적 관찰 코호트 연구로 조기 발병 주요 기분장애 환자들에게 기분장애 재발 예측 요인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주요우울장애 175명, 1형 양극성 장애 140명, 2형 양극성 장애 180명 등 주요 기분장애를 진단받은 49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증·우울이 일정 기간 나타나는 ‘기분 삽화’ 재발 여부와 증상에 따라 3개의 그룹(조증 또는 혼재성 삽화로 재발한 그룹·우울 삽화로만 재발한 그룹·재발하지 않은 그룹)으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양극성 장애 가족력은 조증이나 혼재성 삽화 재발에 대한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확인됐다. 우울 삽화로만 재발한 그룹에서는 평일·주말에 잠에서 깨는 시간차가 크고, 1주기 생체 리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헌정 교수는 “기분장애 환자들에게서 각기 다른 형태의 기분 삽화 재발에 대해 다른 예측 요인을 인식해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며 “특히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기분 삽화 재발에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각각의 임상 양상이 다르기에 이에 대한 매커니즘을 밝혀 정밀한 예방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조철현 교수는 “임상에서 기분장애 환자들의 초기 평가에서 얻은 정보, 기분 장애 유형, 양극성 장애 가족력, 기상 시간 규칙성, 생체 리듬 방해 등이 각 환자의 재발 위험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조기 발견과 적절한 개입을 통해 질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Psychiatry Research’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