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을 계기로 한 열병식 등의 무력시위를 건너뛰었다. 대신 밤 모임이나 대규모 불꽃놀이 등의 행사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역점을 뒀다. 군 열병식이나 미사일 또는 위성을 발사하는 것으로 국제사회를 자극하곤 했지만, 올해엔 뚜렷한 도발 행위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북한 매체들이 '태양절'이라는 표현 사용 자체를 크게 줄이는 등 김정은 체제 공고화에 좀 더 무게중심을 뒀다는 평가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을 통해 김일성 업적을 열거하면서 김정은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대 사상을 계승했다"며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김일성 우상화'와 '세습 정당화'에 공을 들이는 표현도 있었다. 전날 벌어진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와 야회(밤 모임), 대규모 불꽃놀이 등 평양 내 내부결속을 위한 행사 풍경도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태양절 111주년을 일주일 앞두고는 수중핵무인공격정 '해일-2형'의 수중폭파 시험 소식을 알리고, 이틀 전부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동해 바다로 쏘며 한반도 내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올해 태양절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등으로 북한 이슈 자체가 국제사회 이목을 끌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데다 날씨 또한 좋지 않아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을 하기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김일성을 추앙하는 태양절이란 용어 사용을 대폭 줄인 점에 주목한다. 실제 이들 매체는 올해 들어 태양절 대신 '탄생 112돌 경축' '4월의 명절'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태양절 당일인 이날 노동신문 내 일부 내용에 태양절이란 표현이 포함되긴 했으나 정작 1면 사설에서는 태양절이란 표현이 빠졌다. 김 교수는 "(태양절은) 과거 김일성에 대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표현으로 여겨진다"며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로 진입한 상황에서 김정은에 대한 충성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