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은 죄가 없어요...아이들 다양성 교육에 이 책들을 추천합니다"

입력
2024.04.15 16:30
21면
'다움북클럽', '오늘의 어린이책3' 출간
인권 감수성 뛰어난 85권 선별해 소개  
"금서전쟁 맞선 '다양성' 가치 알릴 것"


"어린이책에서 다양성을 특별히 강조해야 하는 건 인생이 그렇기 때문이에요. 인생은 색깔이 다양해서 멋있습니다. 어린이책이 그렇게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프라우케 앙엘(동화작가), '오늘의 어린이책3' 중에서

다양성 측면에서 뛰어나면서 어린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어떤 책일까. 성인지감수성이 높은 어린이·청소년 책을 선별해 추천하는 '오늘의 어린이책3'이 1년 만에 돌아왔다. 2021년 첫 책 '오늘의 어린이책1' 이후 이번이 세 번째 책이다. 168쪽짜리 단행본에는 지난 1년간 출간된 책 중 전문가가 선별한 좋은 어린이·청소년책 85권의 목록과 소개가 담겨 있다.

'오늘의 어린이책'은 2019년 당시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주관한 '나다움 어린이책'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여가부와 대기업, 민간단체의 후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전문가들이 모여 인권 감수성이 우수한 도서를 선정해 목록을 만들고 학교와 도서관에 책을 보급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출발과 동시에 좌초됐다. "아이들의 성적 일탈을 조장한다"는 보수 정치인들과 개신교계의 주장 때문에 일부 도서가 회수되는 등 논란을 겪은 끝에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평론가, 작가, 교수, 편집자, 교사들은 굴하지 않고 비영리단체 '다움북클럽'을 만들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현재 북클럽을 운영하는 남윤정(59) 기획자는 "어린이·청소년책 업계에 있는 회원들이 1년 동안 시대에 부합하는 책을 열심히 찾아 읽고 목록을 만든다"며 "책은 펀딩을 통해 출간하는데, 이번에도 독자들의 지지가 쏟아져 펀딩 목표를 거뜬히 달성했다"고 했다.

혐오에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1년마다 발간

책을 선별한 키워드는 주체성, 몸의 이해, 일의 세계, 가족, 사회적 약자, 표현, 젠더 다양성, 사회적 인정, 안전, 연대 등 10개다. 이번 책은 지난해 벌어진 '금서 전쟁'을 다루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일부 보수 단체는 공공도서관과 초중고교 도서관에 "성교육·성평등 도서를 폐기하라"는 민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성교육 도서 중 폐기처리된 도서 집계 목록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들에 보내며 도서 검열 논란을 불렀다.(관련 기사 ☞ 본지 3월 25일자 학교에서 사라지는 성교육·페미니즘 도서)

남 기획자는 "인권 감수성이 높은 책을 '불온 서적'으로 배척하는 세력은 늘 있었지만 지난해엔 반대와 검열이 유독 심했다"며 "그만큼 다양성 도서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했고, 어린이책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북클럽이 3권의 책을 통해 추천한 어린이책은 모두 439권. 이번 3호에서는 10개 키워드 중 '혐오 반대'를 '젠더 다양성'으로 바꿨다. 혐오를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인식과 태도의 긍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젠더 다양성' 목록에 오른 해리 우드게이트 작가의 그림책 '할아버지가 사랑한 무지개'는 다양한 젠더 정체성을 가진 인물을 입체적으로 등장시키며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세계를 보여준다. "삶을 저마다 다채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당사자의 목소리를 더욱 긍정적으로 담으려고 해요. 금서 전쟁에는 금서로 맞서야죠. 특별한 좋은 책들의 목록은 앞으로도 가열차게 이어질 겁니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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