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띄운 '전 국민 민생지원금 25만 원' 공약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범야권에서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인다면 무시할 수 없어 재정당국의 고심이 깊어진다.
무엇보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의지가 강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지역화폐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 때부터 추진해온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꼭 추진할 것"이라며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민생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지역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소비가 5개월 연속 둔화(한국개발연구원 4월 경제동향)하는 등 위축된 경제에 숨통을 틔우게 하기 위해서는 돈이 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취약계층의 경우 1인당 10만 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게 이 대표의 구상으로, 민주당이 추산한 예산은 약 13조 원이다. 전 국민 5,132만 명,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300만 명을 계산한 액수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법이다. 민주당은 지출 구조조정과 사업성 기금 여유재원 활용, 필요시 국채 발행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나랏빚이 1,100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처음으로 넘어서는 등 '건전재정' 기조의 윤석열 정부에서도 나라살림은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지속된 감세 정책으로 올해도 법인세 등 세수 수입을 장담하지 못한다.
민생지원금의 효과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13조 원이라는 유동성이 추가로 풀리게 되는 셈인데,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정책 최우선 과제인 '물가 안정'에 반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을 전폭적으로 풀어야 했던 코로나19 시기만큼 현재의 내수가 침체된 상황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역화폐를 매개로 하는 민생지원금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원래 쓰려던 돈 말고 추가로 더 쓴 돈이 있는지 '순 경제효과'를 따져봐야 하는데, 지역화폐의 경우 추가 내수 진작 효과는 없다는 게 현재까지 실증적 연구 결과"라고 주장했다. 결국 내수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게 되면, 고물가·고금리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원 마련과 그 효과를 따져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효과나 재원 조달 등 여러 면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의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