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이란 공격에 중동 위기 고조… 일회성 재보복? 전면전 확대?

입력
2024.04.15 04:30
이란→이스라엘 직접 타격, 확전 치닫나
①대응 자제·형식적 보복 땐 불씨 꺼질 듯
②강공 이어지면 대대적 전쟁 비화할 수도
51년 만의 '제5차 중동 대전' 확전 우려 ↑
"네타냐후, 바이든과 통화 직후 보복 철회"

이란이 13일 밤~14일 새벽(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함에 따라, 이제 이스라엘의 반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이라지만,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처음이다.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확전의 키는 이스라엘이 쥐고 있다. ①맞대응 자제 또는 형식적 대응을 할지 ②가혹한 보복을 감행할지에 따라 중동의 앞날이 좌우될 전망이다. 일단 이스라엘은 즉각적 보복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같은 결정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①'확전 피하자'… 체면치레 해프닝에 그칠까

이란의 공격이 유례없는 일인 것은 맞지만, 확전 여부를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란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줄곧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과 맞붙는 것은 이란에도 큰 부담이다.

외교공관 폭격을 당한 이란으로서는 최소한의 보복 공격이 불가피했다. 다만 이번 공격에서도 확전을 피하고자 수위를 조절한 흔적은 역력했다. 이란은 시리아 영사관 폭격 사태 직후 보복을 공언하면서도 12일 후에야 이스라엘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에 채비할 시간을 준 셈이다. 민간시설이 아닌 이스라엘 군사시설만을 타격 대상으로 삼고, 이스라엘 도달까지 몇 시간이나 걸리는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란의 성명에서도 확전을 꺼리는 기색이 뚜렷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단은 엑스(X)를 통해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범죄(이란 영사관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며 "해당 문제는 결론이 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 공습 직후 '승리'를 선언한 만큼, 굳이 추가 공격을 하지 않아도 자국 여론을 달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이스라엘 측의 피해도 미미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 대변인은 "이란의 발사체 300여 기 중 99%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로선 보복을 포기하거나, 큰 타격 없는 '체면치레식 보복 공격' 한 차례로 마무리하는도 열려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관료 2명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직후, 전시 내각 회의에서 논의하려 했던 대(對)이란 보복 공격 안건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의 반격을 만류한 바이든 대통령의 설득이 먹힌 셈이다.

②강공에 피해 커지면… "5차 중동전쟁 될 수도"

그럼에도 확전 불씨는 살아 있다. 이란의 공격 직후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뉴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에 대한) 의미 있고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내 극우 강경파의 목소리가 변수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이 고수위 보복 공격을 감행하거나, 공격 과정에서 이란의 피해가 커지면 전쟁 불길은 삽시간에 번질 수 있다.

이란군은 58만 명 이상의 현역병, 약 20만 명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드론 등 보유 무기 규모도 중동 최대 수준이다. 이란군 전문가 아프숀 오스토바르는 "이란과의 어떤 전쟁도 매우 심각한 전쟁"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 때문에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51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차 전쟁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였으나,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 정부가 이스라엘을 적대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랭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