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경기 화성을에서 거대양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 것은 4·10 총선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험지' 서울 도봉갑에서 안귀령 민주당 후보를 이긴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자의 승전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승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철저한 지역구 분석을 통해 맞춤형 전략으로 승부수를 걸었다는 점이다.
이 대표 선거를 가까이에서 도운 이기인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는 12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찐(진짜) 광기에 가까운 선거운동이었다"고 말했다. 무슨 얘기일까. 이 후보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 대표가 지역구 내 100개 아파트 단지를 모두 찾아 공약 영상을 촬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화성을에 있는 모든 아파트 단지의 민원을 파악한 뒤, 직접 그곳에서 공약을 발표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배포했다. 이 대표가 "공영지하주차장 조성과 맨발 걷기 둘레길 조성 등 주민 요구를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지역 민원 해결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주간에 유권자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모든 촬영은 밤 시간에 이뤄졌다. 이 후보는 "100개 단지의 영상을 촬영하는 데만 나흘이 소요됐다"면서 "기존엔 없었던 세밀한 선거 전략으로 지역주민에게 다가간 전략이 주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선거 유세도 대개 '교통' '교육' 등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췄다. 곽대중 개혁신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동탄에 출마했으니 주야장천 윤석열 욕만 하고 있을 것이라 상상하기 쉽지만, 연설의 90% 이상을 동탄의 교육과 교통, 인프라, 문화환경 등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지역구 내에 선거 현수막도 직접 걸었다. 조금이라도 지역주민들과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방편이었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에 머물렀던 이 대표가 42.41% 득표율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이유다.
'도낳스(도봉구가 낳은 스타)' 김 당선자 또한 마찬가지다. 지역구에서 그는 '재섭이 형'으로 불렸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투표권이 없는 초·중·고교생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학교에 잔디를 깔아주겠다"고 공약하고, '떡볶이 모임' 등을 개최하는 식이다. 인스타그램 맞팔(팔로우) 요청이 쇄도해, 한동안 팔로우가 정지될 정도였다. 실제 기자가 지난 4일 지역구를 방문했을 당시, 김 당선자의 유세차가 학교 앞을 지나가자 아이들이 "재섭이 형이다"라며 달려왔다. 김 당선자는 "형이 당선되면 꼭 잔디 깔아줄 테니 부모님께 말씀 좀 잘 드려줘"라고 화답했다. 캠프 관계자는 "'재섭이 형 좋으니 엄마가 뽑아줘야 해'라고 아이들이 얘기해 끌고 온 표가 꽤나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대를 넘어 4대째 도봉구에 살게 되는 '토박이' 전략을 강조한 것도 주효했다. 이달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부인 김예린(32)씨 도움이 컸다. 김씨는 안귀령 민주당 후보가 공천을 받자마자,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략공천을 받아 '꽂힌' 안 후보보다, 할아버지부터 3대째 도봉구에 살았고 이제 4대가 거주하게 된 김 후보를 뽑아달란 호소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지난 총선 40.5%를 득표했던 그는 이번 총선에선 8.6%포인트 오른 49.1%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