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득표율은 전국 254개 지역구 중 대구와 경북(TK) 등을 포함해 200여 곳에서 2년 전 대선보다 떨어졌다. 중도층뿐 아니라 보수층 민심 이반도 이번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22대 총선 개표 결과를 토대로 한국일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54개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이 받은 총투표수는 1,317만9,769표(45.1%)로 더불어민주당이 받은 1,475만8,083표(50.5%)보다 157만8,314표 적었다. 이를 지역구 단위로 살펴보면 219곳에서 지난 대선보다 득표율이 떨어졌다. 득표율이 상승한 곳은 서울 도봉갑·동작을 등 35곳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보다 0.73%포인트 앞섰지만, 불과 2년 사이 수도권·중도 민심이 크게 돌아선 셈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254곳 중 135곳에서 승리했는데, 이번 총선 국민의힘이 승리한 지역구는 90곳에 불과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민심 이반이 결정적이었다. 서울 48개 지역구 가운데 46곳에서 득표율이 하락했다. 9.2%포인트나 득표율이 하락한 영등포갑을 비롯해 강남갑(69.3%→64.2%)·을(62.1%→58.6%)·병(73.1%→66.3%)과 서초갑(69.8%→68.4%)·을(63.8%→57.5%), 송파갑(58.8%→52.2%)·을(61.6%→57.2%)·병(52.6→49.0%) 등 여당 텃밭으로 꼽히는 강남3구 전 지역구에서도 득표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경기와 인천도 비슷하다. 60개 지역구 중 50곳에서 득표율이 하락했다. 특히 고양갑과 화성정, 부천을, 남양주갑, 고양을 등에서 하락폭이 컸다. 인천의 경우 14개 지역구 중 11곳에서 득표율이 떨어졌다. 수도권 122개 지역구 중 2년 전 윤 대통령 득표율이 40%에 미치지 못한 곳은 2곳에 불과했는데, 이번 총선에선 26곳으로 늘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2.4% 득표율로 당선된 경기 화성을의 경우 윤 대통령이 대선 때 43.8%의 표를 얻었는데, 이번 총선에 나선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는 17.9% 득표에 그쳤다. 하락폭이 26.0%로 가장 컸다.
반면 수도권에서 득표율이 상승한 곳은 15곳에 불과하다. 서울에선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가 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된 도봉갑(47.1%→49.1%)과 나경원 후보가 당선된 동작을(53.2%→54.0%) 등 2곳의 득표율이 올랐다. 양문석 민주당 후보의 사기 대출 논란이 컸던 경기 안산갑(41.5%→44.4%)에서 2.9%포인트,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자가 분전한 인천 계양을(43.4%→45.5%)에서 2.1%포인트 상승했다. 후보 개별 경쟁력이나 야당 후보의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 결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은 텃밭인 TK 민심까지 마뜩잖은 평가를 보냈다는 점이다. 25개 지역구 중 18곳에서 대선 때 지지율을 밑돌았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도태우 변호사가 각각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경북 경산(73.4%→43.4%), 대구 중·남구(75.9%→57.9%)에서 하락폭이 컸다. 경북 영천청도와 대구 달서병, 수성갑, 경북 포항북구 등에서 10%포인트 가까이 득표율이 떨어졌다.
부산·울산·경남(PK) 40개 지역구 중 35곳에서도 국민의힘 득표율이 떨어졌다. 전재수 의원이 부산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부산 북갑의 경우, 2년 전 윤 대통령 득표율이 57.8%였는데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는 46.7%의 표를 얻는 데 그쳐 득표율이 11.1%포인트 줄었다. 반대로 이 대표 득표율은 38.4%였는데 전 의원은 52.3%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무소속 출마한 부산 수영과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해운대갑, 허성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경남 창원성산,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진주을 등도 국민의힘 득표율이 10%포인트 가깝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