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로 인정되어 건국훈장을 받았지만, 훗날 친일 행적이 밝혀진 인촌 김성수(1891~1955) 전 부통령에 대한 훈장 박탈 결정이 최종 확정됐다. 반민족행위자로 지목된 지 약 15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인촌의 증손자인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인촌기념회가 대통령을 상대로 낸 서훈 취소결정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12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인촌은 동아일보와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를 설립한 공로를 인정받아 1962년 건국공로훈장 복장(지금의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인촌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했다. 일제 강점기에 전국 일간지에 징병· 학병을 찬양하며 선전·선동하는 글을 여러 편 기고하고, 일제 징병제 실시 감사축하대회에 참석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후손인 김 사장과 인촌기념회는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7년 대법원에서 일부 친일 행적이 최종 인정됐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근거로 정부는 2018년 2월 인촌이 받았던 훈장 취소를 의결했다. 그러자 김 사장과 기념회는 이번엔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서훈 심사 당시 정부 위원들이 인촌의 친일행적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적과 과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여를 결정했으니, 이를 뒤늦게 취소하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다.
1∙2심은 김 사장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인촌기념회는 재판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2심 재판부는 "인촌의 공적사항과 관련된 현저한 과오가 발견됐음에도 이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형평에서 반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며 "서훈이 가질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에 의문을 갖도록 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원고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