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22대 총선 개표방송 시청률 경쟁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인공지능(AI), 컴퓨터그래픽(CG) 등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다른 방송사들의 시각적 화려함보다 선거 의미 분석, 유권자 목소리 전달이라는 보도의 본질에 집중한 MBC의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11일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MBC의 ‘선택 2024 개표방송 3부’가 전국 최고 시청률 11.7%로 지상파 3사 중 1위를 기록했다. KBS의 ‘2024 총선 특집 9시 뉴스’는 7.7%, SBS ‘2024 국민의 선택 특집 8시 뉴스’는 6.2%였다.
MBC가 큰 차이로 KBS를 앞선 것은 이례적이다. 광고가 없는 KBS1의 개표방송은 광고 중 시청자 이탈이 적어 선거 때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022년 대선 개표방송 시청률도 KBS(8.25%)가 가장 높았고, MBC(4.9%), SBS(4.25%) 순이었다. MBC 관계자는 “2010년 종합편성채널 개국 후 MBC의 압도적 1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MBC는 화려한 그래픽에 힘을 쏟지 않았다. 여야 패널들의 선거 판세 분석에 긴 시간을 할애했고 버스기사, 바리스타, 어린이 등 다양한 국민이 선거 이후 대한민국에 바라는 점을 전했다. 개표방송 최초로 AI 해설자를 도입하고 AI가 찾아낸 당대표들의 희귀 사진을 공개한 SBS, AI가 만든 후보 아바타들의 랩 배틀 공연을 펼친 KBS에 비해 밋밋해 보였다. 선거 전부터 외신들은 SBS와 KBS의 개표방송을 "K드라마 같다"고 띄웠지만, 시청자들은 MBC의 차분한 개표 상황 발표와 패널들의 토론에 호응했다. 특히 야권 패널로 나온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정제된 언어로 논리적으로 토론을 벌여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아 뒀다. 권희진 MBC 선거기획팀장은 "작은 한 표가 모여 거대한 희망을 이뤄낸다는 선거의 의미를 담는 데 집중한 것에 시청자들이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SBS 개표방송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으르렁거리기만 했던 후보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만나 애틋한 눈빛을 주고받는 CG 장면 등은 “개그콘서트보다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CG 무한 반복보다는 각 지역의 산업과 인구구조,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알려줬으면 좋았을 것” “흥미 위주로 득표율만 알려주는 건 스포츠 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청자들이 MBC를 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MBC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으로 윤 정부와 갈등을 겪어왔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등의 연이은 징계를 받았다. 출구조사 결과가 정부·여당의 참패로 나온 만큼 여권 지지자보다는 정권심판을 바라는 시청자들이 주로 개표방송을 시청하면서 MBC에 채널을 고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권 팀장은 “현 정부의 언론 자유 탄압에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마음속 연대가 (MBC 개표방송 시청률 1위의) 저변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