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정권 심판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 참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현역 의원은 대거 생환에 성공했다. 안팎의 희생 요구를 외면하고 보수세가 강한 양지 출마를 고집한 결과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강원 강릉에 출마한 권성동 국민의힘 당선자는 54.24%를 득표해 김중남 더불어민주당후보(43.34%)를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제치고 5선 고지에 올랐다. 경남 창원마산회원에서 3선에 도전한 윤한홍 국민의힘 당선자는 59.77% 득표율로 송순호 더불어민주당 후보(40.22%)를 크게 앞섰다. 두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장제원 의원과 함께 윤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운 ‘원조 윤핵관’으로 불린다.
이철규 당선자도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에서 61.22%의 높은 득표율로 한호연 더불어민주당 후보(36.48%)를 꺾고 3선 중진 반열에 합류했다. 당 사무총장과 총선 인재영입위원장 등을 지낸 이 당선자는 당내 입지가 줄어든 원조 윤핵관의 자리를 메우며 ‘신흥 윤핵관’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울산 중구 박성민 당선자 역시 56.44%를 얻어 오상택 더불어민주당 후보(43.55%)를 누르고 지역구 수성에 성공했다.
윤핵관 그룹의 지원을 받아 당대표 자리에 올랐던 김기현 울산 남구을 당선자는 56.22% 득표율로 다섯 번째 여의도 입성을 확정 지었다. 이준석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에 반기를 들며 결정적 순간마다 연판장을 돌려 윤심을 대변해온 초선의원 상당수도 보수 우세지역에서 재선 배지를 거머쥐었다. 부산 남구 박수영,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유상범, 경남 진주을 강민국, 서울 송파을 배현진 당선자 등이다.
친윤계의 이 같은 선전은 예견된 결과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터져 나온 ‘친윤 중진 희생론’에도 꿋꿋이 버티다 텃밭 지역에서 공천을 받았다. 덕분에 정권 심판과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매서웠던 이번 선거에서도 무난히 당선됐다. 반면 충남 공주부여청양의 정진석 후보, 경기 하남갑의 이용 후보 등 경합 지역에 출마한 친윤 의원은 낙선의 고배를 들며 차디찬 민심에 무릎을 꿇었다.
22대 국회에서도 윤핵관의 당내 장악력이 공고하게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과 가교 역할을 자처해온 만큼,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면서 당장 벌어질 차기 당권 경쟁 과정에서부터 친윤계와 비윤계 간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당정 갈등이 다시 표면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