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으로 띄운 '머니 머신'에 한 방 맞은 트럼프... "중국 때리기 안 돼"

입력
2024.04.12 09:30
트럼프 재무장관 거론 존 폴슨 
"중국과 디커플링 원하지 않아"
서브프라임 때 200억 달러 수익
"올해 연준 금리 내릴 것" 발언도

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월가의 큰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중국 때리기에 반기를 들었다. 헤지펀드 업계 대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자금줄로도 활약 중인 억만장자 존 폴슨(68) 얘기다.

앞서 재무장관 유력설에 손사래를 쳤던 그는 최근 들어 대중 무역정책부터 통화·재정 등 경제 전반에 걸쳐 굵직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견제를 골자로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실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최대 후원자 "관세, 무딘 수단" 비판

폴슨은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무역이나 공급망 등 경제 관계 단절)'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인 중국과 좋은 경제·정치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세를 가리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데 있어 무딘 도구(blunt tool)"라고도 했다. 재집권 시 중국에 폭탄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엄포에 사실상 제동을 건 발언이다.

폴슨의 발언이 주목받는 건 그가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경제를 이끄는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초 "어쩌면 폴슨을 재무부에 보낼 것"이라며 그를 재무장관에 앉힐 수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FT는 폴슨의 발언을 두고 "미 우선주의를 앞세워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신중하다"며 "트럼프와 월가의 거부들 사이 이견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경기 부양 "과도" 목소리도

폴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돈줄이자 지원군 중 한 명이다. 그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라 불리는 부동산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예견해, 하락에 베팅한 매도(쇼트) 포지션으로 당시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벌어들인 월가의 대표 거부다. 현재 재산은 44억 달러(6조 원)로 알려졌다. 그는 자금력을 앞세워 2016년 대선 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폴슨을 "어디서나 돈을 버는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 부르며 치켜세우기 바쁘다.

폴슨은 최근까지도 재무장관 유력설에 손사래를 쳤다. 이달 초 미 블룸버그통신 등에 "정부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쩍 경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높은 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에 대해선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과도하고 지속불가능한 경기 부양책을 펼친 결과"라고 평가 절하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민주당 대선 승리를 돕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지금까지 연준이 통화정책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평했다.

불법 이민과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에 대해선 "미국은 이민자에 의해 세워졌지만, 나는 합법적 이민을 믿는다"며 중립적 입장에 있다. 그 역시 과거 에콰도르에서 미국땅을 밟은 이민 가족 출신이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