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3번 이상 관람, 역대 3위" 극장서 '기생충'보다 더 '팠다'

입력
2024.04.10 16:13
21면
3회 이상 관람 비율 2.1%
1,000만 돌파 한국 영화 중 역대 3위
'n차 관람' 총비율 7.2%
항일 메시지 등 숨겨진 디테일 해석 재미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 가운데 3회 이상 본 'n차 관람' 관객 비중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를 보고 또 본 관객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비주류 오컬트 소재 작품인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파묘'의 n차 관람 행렬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설 등 요즘 젊은 관객들에겐 낯설 수 있는 역사적 비화 등이 곳곳에 담긴 게 해석의 재미를 낳은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CGV에 따르면, '파묘'가 개봉한 지난 2월 22일부터 4월 8일까지 세 번 이상 이 영화를 본 관객 비율은 2.1%다. '서울의 봄'·'광해, 왕이 된 남자'(3.0%)와 '범죄도시 2'(2.7%)에 이어 세 번째로 비중이 높다.

'파묘'를 두 번 본 관객 비율은 5.1%로 집계됐다. 2회 이상 n차 관람한 관객 비중은 총 7.2%로, 100명 중 7명꼴이다. 부유한 저택과 반지하 집의 대비, 가파른 계단의 수직적 이미지 등 수려한 미장센으로 계급 갈등을 들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의 3회 이상 관람 관객 비중은 1.3%였다.

'파묘'의 n차 관람 바람은 영화에 숨겨진 디테일과 그 뜻을 찾아내는 재미가 입소문을 타면서 거세졌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주인공 네 명의 배역 이름은 독립운동가 김상덕, 고영근, 이화림, 윤봉길과 같다. 이들이 탄 자동차의 번호판 숫자는 광복절을 뜻하는 '0815'와 삼일절을 암시하는 '0301'이며, 포스터에 사용된 글씨체가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 필체라는 점 등이 유튜브 등을 통해 연일 재생산되면서 화제를 불러 모은 여파다. '파묘'를 두 번 본 관객 이진수(32)씨는 "처음 영화를 봤을 땐 미처 몰랐고 놓쳤던 항일 메시지 등 영화적 코드들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며 "기존 오컬트 영화와 달리 무턱대고 놀라게 하지 않고 토속적 요소로 묘한 공포감을 준 게 여운이 남아 또 보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봤을 때는 몰랐던 역사적 사실 등을 다시 보고 확인하려는 '서울의 봄'의 n차 관람 열풍 배경과 비슷한 양상이다. '파묘'의 주 관객층은 30대(30.8%)와 20대(24.3%)다.

한국의 무속을 소재로 한 '파묘'는 133개국에 수출되며 해외에서도 흥행 기록을 연일 새로 쓰고 있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베트남에서 개봉한 '파묘'는 같은 달 31일 기준 약 2주 만에 223만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215만 명으로 현지에서 한국 영화 중 최다 관객을 기록한 '육사오'(2022)를 뛰어넘은 수치다. 조상의 묘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와 식민의 역사 등이 현지 관객의 공감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 2월 28일 개봉한 뒤 200만 관객을 넘어서 '기생충'(70만 명)을 제치고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