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더 그레이' 속 배우 전소니의 모습은 유독 만화적이다. 캐릭터를 위한 전소니와 연상호 감독의 노력이 아낌없이 들어간 덕분이다. 전소니는 수인과 하이디의 헤어스타일이 만화책에서 비롯됐으며 이와 관련해 연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는 전소니의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작품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 하이디와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소니는 수인과 하이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OTT 순위 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기생수: 더 그레이'는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으로 대한민국 브라질 멕시코 태국 아랍에미리트연합국 싱가포르 태국 카타르 등의 1위를 차지했다. 전소니는 "1이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숫자가 나올 만큼 시청이 됐다는 게 신기하다"면서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재밌다"는 평을 들어 기뻤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전소니는 수인과 하이디 역으로 1인 2역을 시도했다. 기생생물 하이디는 수인의 몸을 함께 쓰며 살아간다. 전소니는 "수인이가 하이디를 만나기 전에는 별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얘한테 하루는 어떤 의미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는 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일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가 바라본 수인은 모든 것에 지쳐 있는 상태였다. 이에 수인의 모습을 생기 없게 표현하려 애썼단다. 하이디는 아름답고 징그럽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다. 전소니는 "하이디가 귀엽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하이디를 귀여워 해주실 줄은 몰랐다. 덕분에 신났다"며 웃었다.
수인과 하이디는 전담팀 더 그레이에게 붙잡혔을 때 커다란 기계를 머리에 쓰게 된다. 그를 속박하는 기계다. 전소니는 이 장면을 촬영하던 때를 떠올리며 "진짜 그 기계를 쓰고 있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아무 것도 안 보였고 기계의 무게가 꽤 있었다. 그런 걸 머리에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계를 쓴 채로 끌려가기도, 묶이기도 했는데 안 좋은 기분을 느끼는 동시에 내가 캐릭터와 친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병원신 또한 쉽지 않았단다. 전소니는 "병원신은 시청자분들이 수인이를 본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나온다. '정이 안 들었는데 힘든 모습을 보여주면 보기 싫을까?' 싶었다. '힘든 거 알아줘'라는 식으로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다. 톡톡 튀는 만화적인 설정은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했다. 전소니는 수인과 하이디의 외면에도 만화적인 요소를 넣었다. 그는 "처음에는 누가 봐도 관리가 안 된, 중단발의 거친 헤어스타일을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만들고 싶었던 이미지가 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래서 나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고민의 해답은 만화책에 있었다. 전소니는 "내가 수인이랑 하이디가 하고 있는 머리를 예전에 한 적이 있다. 만화책을 보고 한 머리였다. 만화책을 보고 '이미지적으로 강렬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보냈더니 감독님이 이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감독님도 (수인과 하이디에게) 만화적인 느낌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전소니는 '기생수: 더 그레이'를 통해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 그는 구교환에 대해 "표현이 귀여운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구교환이 전소니에게 "수인이는 우리의 히어로다"라는 말을 해줬단다. 권해효에 대해서는 "배우 본체의 생활도 건강하다. 하는 것도 많고 멋있다. 옷도 젊게 입는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리더십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소니는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현장이었다. 감독님이 다들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으로 만들어 줬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전소니에게는 '기생수: 더 그레이'가 유독 특별하다. 그는 수인과 하이디 같은 인물을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도 만나보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역할을 내게 주신 게 기뻤다. 누군가에게 이 인물로 기억된다는 게 좋았다"고 밝혔다. '기생수: 더 그레이'로 대중에게 굵직한 인상을 남긴 전소니는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를 꿈꾼다. "내가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그런 거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계속 어떤 캐릭터로 살아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하는 그에게서는 연기 열정이 느껴졌다.
한편 '기생수: 더 그레이'는 지난 5일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