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유권자들이 '투표 인증 용지'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 용지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종이에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리고, 그 위에 기표 도장을 찍어 투표를 인증하는 용도다.
이날 엑스(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투표 인증 용지 무료 나눔' 게시물과 지난 5~6일 치러진 사전투표 참여를 인증하는 '투표 인증샷'이 다수 올라왔다.
인증 용지 디자인은 제각각이다. 좋아하는 만화의 캐릭터나 동물 사진, 인기 연예인 등 다양한 소재가 사용됐다. 캐릭터의 양 볼을 비워놓고 기표 도장으로 연지곤지를 찍거나, 도장을 농구 골대 안에 찍으면 캐릭터가 슛에 성공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그림도 있었다. 인증 용지를 투표 용지와 비슷하게 그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 이름을 적어놓기도 했다.
원형인 기표 도장을 한글 '이응(ㅇ)'으로 사용해 글자를 완성하게 만든 인증 용지도 있다. 예컨대 유명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ㅇ', 배우 안효섭의 'ㅇ' 자리를 비워두는 식이다. 야구 팬들은 응원하는 구단의 우승을 기원하며 '기아 ㅜ승' 등의 인증 용지를 공유했다.
유권자들은 인증 사진을 공유하며 "(용지) 덕분에 끝내주는 투표 인증샷 찍었다", "인증하고 싶어서라도 투표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도 이달 5일 '망그러진 곰' 캐릭터의 인증 용지를 뽑아가 투표소 앞에서 사진을 찍고 "귀엽소!"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런 투표 인증 방식은 팬데믹 때 등장했다. 이전까진 주로 손등에 도장을 찍어 인증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을 수 없었고, 이에 준비해간 별도의 종이에 도장을 찍은 뒤 인증하는 유권자들이 생겼다. 이 방식이 2022년 20대 대선을 거치며 인기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한 데는 젊은 세대들의 투표 인증샷 문화가 한몫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개인이 준비한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는 건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투표소 입구 등에 설치된 표지판이나 특정 후보자의 선거벽보를 배경으로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투표 인증 사진은 반드시 투표소 밖에서 찍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