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술꾼들의 놀이터'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편의점들은 저렴한 가격대의 자체 양주 브랜드를 만들거나 더 많은 맥주를 들여 놓고 할인 행사를 활발히 벌이는 등 '주당' 고객 끌어들이기에 적극 나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주류 상품군 매출 신장률은 2021년 약 38%, 2022년 20%에 이어 지난해 14.4%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당시 번진 '홈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 트렌드가 주류 매출을 밀어올렸고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잘 나가는 주종은 편의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만들어 먹는 술' 하이볼 열풍에 힘입어 원액으로 쓰이는 위스키 등 양주류 인기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편의점 CU의 양주류 매출은 2020년 59.5%, 2021년 99%, 2022년 49.5%, 지난해 46%에 올해 1분기(1~3월)까지 24.4% 성장해 5년 연속 두 자릿 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이에 CU는 자체 양주 브랜드 '프레임'(FRAME)을 편의점 업계 처음으로 만들었다. 원액은 미국에서 데일리 술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캘리포니아 페어필드 프랭크-린 증류소의 포터(Potter) 위스키를 그대로 담았다. 곡물과 카라멜 풍미가 어우러져 달콤한 끝맛이 특징.
특히 신경쓴 건 가성비다. 1만 9,900원짜리 '프레임 아메리칸 위스키'는 기존의 위스키 한 병 용량(750ml)보다 많은 1리터(ℓ) 용량인데 칵테일 한 잔에 약 30ml 원액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칵테일을 약 33잔을 만들 수 있다.
높아진 물가 탓에 '500ml 네 캔=1만 원' 공식은 이미 깨졌지만 수입 캔맥주의 인기 역시 여전하다. 세븐일레븐은 스페인산 캔맥주 버지미스터 500ml 네 캔을 4,000원에 판매하면서 '가격 역주행'에 도전하고 있다. 행사는 올해 한 달 동안 진행된다. 회사가 할인에 나선 건 봄 나들이 철이 다가오면서 맥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4월 캔맥주 매출은 전월(3월) 대비 20%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는 술과 곁들이는 안주 제품군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GS25가 외식 프랜차이즈 '투다리'와 손잡고 대표 메뉴인 김치어묵우동과 마늘폭탄닭똥집을 2월 출시했는데 두 달 새 10만 개도 넘게 팔려나갔다.
코로나19 풍토병화 이후 폭발한 여행 수요와 '엔저 현상'이 맞물려 일본 여행객이 급증하자 일본 술 사케를 찾는 고객도 많아졌다. 이마트24는 저렴한 가격과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무난한 맛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케 '간바레오또상'을 180ml짜리 캔 상품을 만들어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술은 원래 우유곽 같은 종이팩 형태로 판매되는데 이마트24 측 요청으로 처음 캔에 담긴 것. 김경선 이마트24 주류MD는 "캠핑이나 나들이 등 야외 활동을 할 때 사케를 마시려면 종이팩보다는 간편하게 먹고 버릴 수 있는 캔이 더 적합할 거라고 생각해서 요청했다"고 했다.
GS25의 올해 1분기 사케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700% 올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 400여 곳 정도인 사케 특화 매장을 올해 안에 1,500~2,000곳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