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해 최대 66억 달러(약 8조9,463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8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당초 언론 보도로 알려진 예상 금액 50억 달러(약 6조7,775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저리 대출금 50억 달러(약 6조7,800억 원)도 TSMC에 제공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이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군용 하드웨어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도움이 될 국가 안보 장치에 대한 투자”라며 이 같은 지원 결정을 밝혔다. 보조금과 대출금 액수를 합하면 무려 116억 달러(약 15조7,296억 원)에 달한다.
상무부는 이어 TSMC도 대(對)미국 투자 금액을 애초 계획했던 4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를 증액, 총 650억 달러(약 88조1,075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국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로는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반도체를 발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 세계 40%에서 10%까지 줄었다”며 “이런 흐름을 되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NYT는 미국 연방정부의 TSMC 지원 규모에 대해 “최근 발표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보조금 85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고 짚었다. TSMC는 2030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주(州)에 2나노 공정이 활용될 세 번째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400억 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팹 2곳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조만간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액수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다음 주 중 이와 관련한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앞서 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가 6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160억 달러의 지원 대상이 결정된 상태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해외 반도체 선두 기업의 생산 설비를 자국에 유치, 2030년까지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미국 내에서 제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