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유가·연준 신중론에… 한은 ‘10연속 금리 동결’ 무게

입력
2024.04.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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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금사과에 물가 불안↑
연준 6월 인하 전망 73→52%로
'3개월 내 인하' 의견 늘지 주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가 열 번째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물가 불확실성이 더 커진 데다, 미국 내 금리 인하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3.5%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4·5·7·8·10·11월과 올해 1·2월까지 아홉 차례 기준금리를 변동 없이 묶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지난해 7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정책금리를 동결해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를 유지 중이다.

이번에도 동결을 유력하게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최근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①공급 우려로 국제유가가 반등,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북해산 브렌트유 6월물은 5일 배럴당 91.17달러까지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만간 2년여 만에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면 물가상승률 목표(2%) 수렴 시점이 늦어지고, 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밀릴 공산이 커진다.

'금사과'로 대표되는 ②농산물 가격 상승도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부상했다. 1월 2.8%였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과일 등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서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를 웃돌았다. 앞으로도 불안하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2일 열린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와 농산물 가격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는 강달러, 총선 후 예고된 공공요금 인상 등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③미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점도 이번 금통위의 동결 가능성을 높인다. 더딘 물가 둔화와 견고한 경기 탓이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시장 예상(3.1%)을 웃돌았고, 3월 고용자 수는 전월보다 30만3,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21만4,000명)를 뛰어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금리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연준 인사 발언까지 전해지자 시장은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한 달 전 73.3%에서 이날 52.2%까지 뚝 떨어졌다.

연준이 신호를 보내기 전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확률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2월 금통위 직후 이창용 총재가 “미국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거나 그런 분위기가 잡히면 각국이 물가 움직임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진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한은은 최소 7월 이후에나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결국 이번 금통위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건 금리 결정이 아닌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지침)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는 금통위원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금통위에선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한 명이 내수 부진을 들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을 처음 제시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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