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인정하는 신분증인데..." 오락가락 장애인 투표 현장

입력
2024.04.08 14:14
11면
기계 인식 오류 탓 사전투표 못 해
장애인 복지카드 다양해 혼선 속출

5, 6일 이틀간 치러진 4·10 총선 사전투표에서 '장애인 복지카드'가 신분증으로 인정받지 못해 장애인이 투표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장애인 복지카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하는 신분증이라 현장 투표소 관리위원들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따르면, 한 장애인은 6일 오후 5시 45분쯤 서울 종로구 이화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장애인 복지카드를 신원 증명용으로 제시했으나 거부당했다. 전장연 측은 "신분증 인정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사이 오후 6시 투표 마감시간이 지났고, 투표소 측이 일방적으로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복지카드는 투표 신분증으로 활용 가능하다. 공직선거관리규칙은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발행하고 사진이 첨부돼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장애인등록증을 신분증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신분증은 △장애인 등록증(단순 신분확인용) △장애인 복지카드(장애인 등록증에 신용카드 기능 추가) △장애인통합복지카드 A형(장애인 등록증에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기능 추가) △장애인통합복지카드 B형(장애인 등록증 + 신용카드 기능 +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기능) 등 크게 4종류다.

다만 신용카드 기능이 들어간 B형 복지카드는 장애인 등록증, A형 복지카드 등과 달리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와 주소가 기재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 생긴 것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생년월일과 사진이 나와 있으면 원칙적으로 투표 신분증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사전투표소 사무원이 전장연 관계자의 신분증 확인 과정에서 신용카드형 장애인 복지카드가 기계에서 인식이 안 됐다"며 "다른 입력 방법이 있는데 인지하지 못한 사무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양한 장애인 복지카드의 외형이 통일돼 있지 않는 탓에 신분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장 장애를 가진 김민철(30)씨는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갔는데 장애인 복지카드를 신분증으로 쓸 수 없다고 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오세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