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급 비호감 후보 간 경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양당 후보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이 얼마나 제3의 후보에게 돌아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 공화 모두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프라이머리에서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이외의 선택을 하는 이른바 '항의(protest) 투표'가 20% 가까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주목받는 제3의 후보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을 지낸 이후 1968년 민주당 대선 경선 중간에 암살된 로버트 F 케네디가 아버지이다.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케네디 성을 쓰는 명문가 출신이고, 하버드대와 버지니아 로스쿨을 졸업한 후 환경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최근에는 백신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또 한 번 유명해졌다.
작년에 잠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듯했으나, 곧장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다. 소속 정당 없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매우 까다로운 미국의 제도 때문에 'We the People'이라는 정당('국민당'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을 창당했으나, 아직까지 후보 등록을 한 주보다 하지 못한 주가 더 많다. 지지율도 가장 높게 나온 것이 13% 정도이고, 경합주에서는 평균 6% 남짓이다. 대통령 당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행보가 중요한 이유는 그의 출마가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 중 절반은 2020년에 바이든을, 나머지 절반은 트럼프를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충성심이 바이든 지지자들보다 현저히 높아 11월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더 불리할 듯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은 2016년에 자유당 게리 존슨과 녹색당 질 스타인에게 많은 표를 빼앗겼던 경험이 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전국 득표율에서는 앞섰지만 몇몇 경합주에서 아주 근소한 표차로 져서 선거인단을 빼앗기고 결국 대선에 패했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모두 두 후보 간 표 차이보다 제3당 후보들이 가져간 표가 현저히 많았다. 2000년 앨 고어 민주당 후보도 마찬가지이다. 플로리다에서 537표 차이로 지면서 전체 대선에서 패했는데, 녹색당 랠프 네이더가 플로리다에서 받은 표는 10만 표 정도였다.
벌써부터 양당의 전략가들이 케네디 주니어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자주 관찰된다. 여름이 지나면서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