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턱밑서 공동훈련' 미·일·필에 맞불 놓는 중국… 일촉즉발 남중국해

입력
2024.04.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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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물대포 공격 벌어졌던 해상 인근서 훈련
오는 22일부터는 연례 대규모 군사 훈련 예고
"중국, 보복조치로 인공섬 추가 건설 가능성"

미국과 일본, 호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노골적으로 대(對) 중국 견제구를 날렸다. 중국도 맞불 성격 훈련에 나서면서 이 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군사적 밀착이 빨라지고, 이에 맞서 중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남중국해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4개국 “자유롭고 열린 인·태 지지 위한 결의”

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은 이날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인근 필리핀 북서쪽 해상에서 각국 해·공군이 참여하는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최근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함정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지역과 인접한 곳이다.

4개국 국방장관은 전날 공동성명에서 “(이번 훈련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지지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집단적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일정으로 진행된 이날 훈련에는 미군 최신 연안전투함(LCS) 모바일함, 호주 호위함 와라문가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케보노함, 필리핀 군함 2척 등이 참여해 감시·통신 활동을 벌였다. 주필리핀 일본 대사관은 성명에서 대잠수함 훈련도 포함됐다고 공개했다.

같은 날 중국도 군사 훈련을 진행하며 맞대응했다.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해(남중국해) 해역에서 해·공군 연합 전투 순찰을 조직했다”며 “바다를 혼란에 빠뜨리고 분쟁을 만드는 활동 일체를 최대한 통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군은 훈련 장소나 규모, 장비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훈련은 ‘중국 견제’를 목표로 뭉치고 있는 미국과 필리핀, 일본 등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보복조치 나설 가능성”

남중국해 긴장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필리핀군 약 1만6,000명이 참여하는 연례 대규모 군사훈련 ‘발리카탄’도 예정돼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5일 복수 소식통을 인용, 그간 옵서버(참관) 형태로 참가했던 일본 자위대가 이 훈련에 공식 합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1일 미국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정상회의에서는 3국이 남중국해 공동 해군 순찰에 나서는 방안도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겨냥한 3국의 안보 협력이 날이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중국의 거센 반발도 예견된다. 라몬 벨레노 3세 필리핀 아테네오 데 다바오대 정치학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발리카탄 이후 베이징(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리 없다”며 “이들이 보복 조치로 남중국해에 추가 인공섬을 건설하거나 군사 훈련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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