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4·10 총선을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1987년 대선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한 그는 선거 막바지 부동산 편법 대출과 막말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김준혁 후보를 정리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민심을 무시하는 독재정당"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결정을 내린 이재명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향해 "범죄혐의가 주렁주렁 달린 자들이 정당독재를 강화하려 한다"고 직격했다. 주말 부산과 대구를 거쳐 이날 충청 유세차 충남 공주를 찾은 한 위원장에게서 파스 냄새가 훅 풍겨왔다. 강행군에 목까지 잠겨 있었지만 "대한민국 시스템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현장에서 느끼는 판세는.
"이번 선거는 정책보다는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다. 야당은 저지른 범죄로부터 처벌받지 않기 위해 대놓고 '나를 지켜달라'는 선거운동을 한다. 민주주의와 사법 시스템에 도전하는 행동을 보는 유권자들의 불안과 절박함을 현장에서 느낀다. 그런 절박함이 높은 사전투표율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4월 10일 어떤 결과를 예상하고 있는가.
"총선은 대선과 다르다. 254개나 되는 개별 지역구의 투표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역대 총선 결과를 다룬 언론 보도 제목만 봐도 대부분 '이변'이었다.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알뜰폰 사용자는 반영이 되지 않는 등 맹점이 있고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기간'에도 민심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결국 얼마나 투표하러 나와주시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선거의 성격을 규정하면.
"(직선제가 실시된) 1987년 대선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다. 무엇보다 범죄 혐의가 주렁주렁 달린 사람들이 자기 범죄 방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온 선거다. 이번 선거 결과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나온다면 '국민들에게 사면을 받았다'고 여기고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대한민국 시스템이 무너지고 대단한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피땀 흘려 쌓아온 대한민국의 성과가 굉장히 우습게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도 높지 않나.
"그럼에도 '오십보백보'의 대결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상식과 비상식의 구도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여당에 반감을 가지실 수 있다. 하지만 범죄자들이 자기 방어를 위해 국민과 국가를 이용하는 걸 허용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인터뷰 도중 한 위원장은 "4년간의 민주당이 '순한 맛'이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민주당 전반 2년은 여당이었고, 정권 교체 이후에도 탄핵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며 하고 싶은 대로 다했다. 그러나 그조차 순한 맛에 불과하다. 그때는 (새로운미래로 당적을 옮긴) 홍영표 의원도, (서울 강북을 공천에서 탈락한) 박용진 의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원이 김남국 최강욱 김의겸 의원 같은 사람들로만 채워지게 될 것이다. 이재명 위원장에게 아첨하는 사람만 남은 당이 주류가 되면 어떤 모습의 대한민국이 될지 상상해보셨으면 한다."
-김준혁 민주당 후보의 막말에 대한 비판이 늘었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하면 여성 동료들 일부러 들으라고 모든 사안을 깔때기처럼 성(性)적인 것과 연결하는 사람이 꼭 있었다. 그러면서 불쾌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너무 예민하다'고 면박을 준다. 권력 남용이자 갑질이다. 김 후보 행동이 꼭 그렇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고 희생해 어렵게 시대가 바뀌었다. 그러나 김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동안의 진전을 되돌리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이뤄온 성평등과 여성 인권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을 (여성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싶다."
-국민의힘은 도태우 장예찬 후보 공천 취소를 강조한다.
"(공천 취소가) 판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점도 예상했다. 나에게 정치적 상처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민심이 그렇게 바라고, 또 민심의 지적에 타당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은 판세에 지장이 없다면서 김준혁 양문석 후보를 그대로 둔 것이다.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판세보다 민심을 우선할 것이다."
-조국혁신당에 대한 평가는.
"조국 대표는 '누명을 썼다'고 말하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면서) '처벌을 받으면 된다, 감옥에 가서 플랭크(허리 근육 운동)를 하겠다'고 한다. 누명을 쓰지 않았는데도 사법 시스템에 복수를 예고하고 헌법을 개정한다고 한다. 사법 시스템을 조롱하는 일이다. 조 대표는 웅동학원의 사회 환원 약속도 안 지키고 있다. 이런 정치가 2024년 대한민국에서 성공한다면 누가 공정을 말할 수 있겠나. 청년들도 절망할 것이다. 정책도 뻔뻔하다. 다 같이 못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인데 정작 조 대표 가족들은 특혜를 누려왔다."
-유권자들은 선거 다음을 생각한다. 특히 당정관계가 궁금한데.
"당은 정부가 민심을 잘 반영하지 못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을 할 것이다. (대통령실에) 불편해서 얘기를 못 한 적도 없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았다. 이런 나를 (대통령실은) '독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비대위원장 임무를 수행해온) 지난 100여 일과, 내가 공직생활을 하며 보인 모습들을 한번 믿어 달라."
-건의를 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잘 수용하는 편인가.
"윤 대통령과 나는 각자 굉장히 중요한 공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선거 이후에도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나는 이미 공공선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도 그래서다. (나의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면 비대위원장직 수락은) 그렇게 합리적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방치하면 대한민국이 이뤄온 성취가 무너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4월 10일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려고 한다. 나는 이미 이 자리까지 오는 데 운이 9할 이상은 됐다고 생각한다. 직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라가 경제와 사회 정의 면에서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