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제보 탓에 약 한 달 간 억울한 구속 수사를 받은 뒤 무혐의로 풀려난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특별한 잘못이 없었다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명백히 위법한 수사가 아닌 이상, 불기소라는 결과만으로 국가 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2일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7월 대구구치소에서 대구 수성경찰서로 날아온 한 통의 제보편지였다. 'A씨 일당이 3년 전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은 제보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을 포착해 같은 해 9월 A씨를 체포해 구속했다.
그러나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그를 석방하고 불기소 처분했다. A씨와 다른 공모자들 사이의 거래내역이 전혀 없고, 제보자가 A씨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거짓말로 신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단 이유였다.
풀려난 A씨는 약 한 달 간의 구금에 대해 피의자보상을 청구해 약 647만 원을 지급 받았다. 그는 또 "수사 기간 중 접견권이 침해되고 거짓 자백을 강요 당했다"며 담당 경찰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하고, 국가 등을 상대로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소송 1심은 A씨의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체포∙구속한 수사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국가에게 약 3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수사관의 고의는 없었다고 보아, 경찰관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대법원은 결론을 다시 뒤집었다. △당시 제보가 꽤나 구체적이라 A씨를 구속수사할 필요가 있었고 △구속 과정에서 검사(영장 청구)와 법원(영장 발부)이 정당성을 인정했으므로 경찰관 혼자 위법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접견제한도 증거인멸과 공범의 도주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