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배 구조 손봤다...한화 세 아들의 앞날은

입력
2024.04.06 12:00
6면
떼어낸 사업분야 삼남 김동선 부사장 몫 될 듯
"경영권 다툼 불씨 없애고, 추가 조정 여지는 남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회사인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떼어내 신설 지주사를 세우기로 했다. 각 사업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란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김승연 회장 아들 삼형제의 경영권 다툼 불씨는 없애면서도 사업권 분할의 추가 조정 여지는 남겨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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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0711370000932)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일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떼어내는 인적 분할을 한다고 공시했다. 신설 지주사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를 만들어 한화비전(인공지능, 보안)과 한화정밀기계(산업용 장비)를 100% 자회사로 둘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신설 지주회사의 분할 비율은 9대 1이다.

사업 부문별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시스템(방산, 정보통신기술)과 한화오션(조선)을 자회사로 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 해양, 우주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신설 지주사가 독자 경영을 통해 사업 분야에 신속하고 전문적 의사 결정을 하게 되면 신사업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이 같은 발표를 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96% 하락한 21만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승계구도 좀 더 분명히… 인적 분할은 한계


일단 재계에서는 이번 분할로 승계 구도가 좀 더 또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이 신설 지주회사가 김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몫이 될 경우 김 회장 아들 삼형제의 담당 사업 분야 경계선이 더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떼어내는 두 회사의 사업 분야는 김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로봇 사업과 연관성이 크다.

김 회장이 아들 삼형제간 경영권 다툼의 불씨를 없애려 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가 1981년 유언 없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29세에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후 김 회장은 동생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과 1992년부터 3년 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극적으로 화해했다.



"물적 분할 시 추가 조정 가능성 남아"


다만 이번 조치는 인적 분할에 그쳐 현재 승계구도의 추가 조정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화의 물적 분할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인적 분할만 한 신설 지주사도 여전히 같은 지배구조 틀에 일단 속하게 되는 셈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장남 5, 차남 2.5, 삼남 2.5를 안정적 사업 분할 구도로 본다는 해석도 있다. 2001년 ㈜한화가 67%, 김 회장이 33%의 지분을 갖고 출범했던 한화S&C는 2005년 김동관 부회장 50%, 김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25%, 김동선 부사장 25% 지분으로 재편됐다. 김 회장이 현재 세 아들에게 나눠준 사업 규모가 이에 맞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물적 분할을 통해 추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한화그룹 측이 말하는 사업별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라면 물적 분할을 통한 경영권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인적 분할은 김 회장 아들 삼형제의 사업 분야 경계를 더 분명히 하면서도 앞으로 물적 분할을 통한 추가 조정 가능성은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