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산에 못 갈 것 같아요"... 대만 500회 여진과 낙석에 구조 난항

입력
2024.04.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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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2명으로 늘어...600여 명 여전히 고립
당국 "여진 강도 얕다고 방심 안 된다" 당부
"쓰러진 건물 중 10여 채 추가 붕괴될 수도"

대만에서 규모 7.2 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이 됐지만 여진과 낙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고립됐던 지역 곳곳에서 구조 작업이 이뤄졌지만, 험준한 산악 지형 탓에 수색 작업은 지연되고 있다.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는 5일 오전 11시 기준(현지시간) 사망자가 12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보다 2명 늘어난 수치다. 새로 확인된 사망자 2명은 산악 지역에 위치한 화롄의 유명 관광지 타이루거국가공원 내 산책로에서 발견됐다.

부상자는 1,106명으로 집계됐다. 682명이 여전히 산악 지역에 고립돼 있고, 16명은 실종 상태다. 실종 인원에는 호주인(2명), 캐나다인(1명) 등 외국인 3명도 포함됐다.

대만 소방 당국은 고립 지역을 중심으로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이날 타이루거국가공원에서 7명을 새로 구조했다. 이 공원에는 여전히 수백 명의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 기다리는 동안 바위 떨어지는 소리 계속됐다"

구출된 이들은 공원 안에 위치한 한 호텔 직원들로, 지진 당일 미니 버스를 타고 호텔로 출근하던 중 낙석으로 부상을 당했다. 호텔 여직원 추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바위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무서워서 잠도 잘 수 없었다"고 구조되기까지의 공포감을 전했다. 그는 "이제 살아서 너무 기쁘지만 앞으로 산에는 다시 못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산악 지역에 위치한 관광지 구곡동굴에 갇혔던 9명도 구조됐다.

대만 중앙기상서(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 대만 동부 도시 화롄 인근 해역에서 규모 7.2(미국과 유럽 지질 당국 발표는 7.4)의 강진이 발생한 뒤 5일 오전까지 50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기상서는 "규모 7.2보다 더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여진 강도가 얕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발표했다.

TSMC "생산 라인 80% 복구... 완전 복구에는 시간 더 소요"

구조 당국은 사망자가 새로 발견된 타이루거국가공원 낙석 지역 곳곳에 실종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 수색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화롄 시내 베이빈가와 캉러가의 주요 붕괴 건물 철거 작업도 시작됐다. 대만토목공학협회는 이번 지진으로 쓰러진 100여 채의 건물 중 10여 채가 추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 생산 라인 복구도 한창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진 당시 멈췄던 TSMC 생산 라인 복구율은 80%를 기록했다. 애플·엔비디아에 공급하는 반도체 생산 거점인 남서부 타이난 공장 복구율 역시 80%를 넘었다.

다만 TSMC 측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주요 장비에는 피해가 없다"면서도 "일부 생산 라인은 지진 피해가 커 완전 복구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생산 라인을 완전히 재가동하는 데 "수천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