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회사를 시작할 무렵 커피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보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이미 충분하다고 봤던 스타벅스 매장은 계속 늘어나고(세계 4위),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의 한국 진출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특히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의 성장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말 기준 저가 커피 3대장인 메가커피(약 2,800곳), 컴포즈커피(약 2,400곳), 빽다방(약 1,500곳)에 이디아커피(약 3,000곳)를 합하면 1만 점포에 달한다. 반면 팬데믹 3년을 힘겹게 버텨낸 개인 카페들은 작년 말, 역대 최대 폐업 수를 기록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개인 카페가 성공하려면 프랜차이즈가 가지지 못한 '대체 불가'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 카페만의 가치와 전통 혹은 명성. 그걸 위해 대회에도 참가하고 커피 교육기관에서 공부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참가자 전원에게 상을 주는 대회까지 마구잡이로 생기다 보니, 이제는 수료증이나 트로피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커피가 음식이라는 본질을 고려할 때, 카페가 생존하기 위한 제1 요건은 역시 품질과 맛이다. 한데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오랜시간 공부해 산지의 수확 환경과 생두 유통, 제조공정까지 제대로 꿰지 않으면 안 된다. 위스키나 와인처럼 완제품 형태로 수입ㆍ판매하는 음료와 달리, 커피는 생두로 수입한 후 로스팅과 추출이라는 복잡미묘한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단계에서 커피의 품질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면 적잖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개인 카페가 고품질 커피를 내놓으려면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의 3배가 넘는 가격을 받아야만 하는데, 우리의 소비자들이 그걸 용인할까?
언젠가 저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더블샷으로 들이켜는 후배에게 ‘한 잔을 마시더라도 제대로 된 커피를 즐겨보라’고 충고했다가 한 방 먹은 적이 있다. "커피를 즐기라고요? 나는 지금 생존을 위해 카페인을 몸속에 집어넣는 거라고요." 부스스한 출근길에 1,500원짜리 아이스커피를 마셔가며 좀비에서 사람으로 변신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청춘들의 애잔한 현실을 매일 마주하는 커피인의 마음은 착잡하다. 저 친구들이 한 잔의 커피가 전하는 진짜 위로와 맛을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