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에 최후 통첩… “민간인 보호 조치 없으면 정책 바꿀 것”

입력
2024.04.05 09:00
네타냐후와 전화 통화… “WCK 오폭 용납 불가”
‘전폭 지지’ 입장서 정책 전환 가능성 처음 시사
블링컨도 “이스라엘 안 바뀌면 미국 정책 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 보호 조치 등을 즉각 취하지 않으면 미국의 ‘이스라엘 전폭 지지’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바이든 대통령이 시사한 것은 처음이다. 활동가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군의 지난 1일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오인 폭격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이스라엘에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미국의 정책, 이스라엘 행동 평가로 결정"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WCK 차량 오폭’을 거론하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와 인도적 고통, 구호 활동가들의 안전을 해결할 구체적 실질적인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하고 실행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가자지구 전쟁 관련 정책이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평가로 결정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같이 전하면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이스라엘의 실질적 변화”라고 못 박았다. 이는 “앞으로 몇 시간, 수일 내에” 가자지구로 향하는 인도적 지원의 뚜렷한 증가, 민간인 및 국제구호단체들에 대한 폭력 감소 등의 즉각적 조치들을 의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경고장을 날린 배경은 역시 WCK 차량 오폭 사태다. 커비 보좌관은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WCK 호송 차량, 구호단체 직원들 공격으로 확실히 흔들렸으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신의 우려를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후통첩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통령은 일이 진행되는 방향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인들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에 따라 우리의 정책 접근법을 재고할 용의가 있음을 확실히 밝혔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 '일시 중단' 가능성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뒤 블링컨 장관은 WCK 차량 오폭에 대해 “그런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전화 통화를 거론하면서 “우리가 봐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스라엘의)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 전환에 ‘일시적 무기 공급 중단’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시리아 주재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 사태와 관련, 이란의 보복 위협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강하게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