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하는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가 특수학교 부지에 특목고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자 장애인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리 표가 급해도 차별을 공약하지는 말자"고 비판했다.
4일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총선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 해 이득을 보려는 일이 발생했다"며 윤 후보를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장애인 공약이 빈약해 실망하던 차에 윤 후보 공약을 보고는 아연실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윤 후보는 총선 10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성수공고 부지 특목고 유치'를 내걸었다. 성수공고 부지는 이미 서울시교육청에서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가칭 성진학교)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의신청이 없어 지난해 행정예고가 완료됐다.
장애인 학부모들은 윤 후보의 특목고 유치 공약이 비인권적이라고 일갈했다. 단체는 "표를 얻기 위해 이미 확정된 설립계획 사실도 감추고 특목고를 유치할 수 있는 것처럼 주민을 호도했다"며 "비인권적이고 반장애적인 정치적 계산"이라고 비판했다.
8년 전 서진학교 사태 재연이라는 비판도 쏟아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짓기로 한 강서구 공진초 부지에 한방병원 건립을 공약해 비판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7년 서진학교 설립을 논의하는 공청회에서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서진학교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인의 정의롭지 못한 공약이 어떤 결론을 냈는지 잘 알고 있다"며 "7, 8년 세월이 지나 또다시 장애차별을 부추기는 공약을 보다니 분노를 주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후보를 향해 "해당 공약은 단지 정치적 유불리로 따진 경박한 셈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즉시 해당 공약을 취소하고 공개 사과를 하라"며 "장애와 비장애 간 갈라치기로 지역주민 갈등을 부른 데 대해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비판 논평을 냈다. 강 대변인은 "언론의 취재에 윤 후보 측은 '특수학교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특목고도 필요하다', '직업학교와 특수학교가 같이 있는 건 좀 그렇다'라는 취지로 변명했다"며 "'좀 그렇다'는 말이 가슴 찢어지게 아프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 2017년 '무릎 꿇은 엄마들' 사건이 떠오른다"며 "2024년 또다시 이토록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공약을 내거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