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자가 '종교적 안식일'을 이유로 면접 일정 변경을 요청했음에도 이를 거부해 불합격 처리한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조치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충분히 면접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것이라, 종교적 이유에 따른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4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로스쿨 응시생 A씨가 전남대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교인인 A씨는 그해 전남대 로스쿨에 입학 원서를 내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구제진정서를 접수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이튿날 일몰까지를 안식일로 정하고 출근∙등교 등 세속적 행위를 금하고 있으니, 학교로 하여금 시험 일정에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인권위는 전남대에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A씨에게 1단계 서류심사 통과 소식을 알리면서 면접고사 일정을 토요일 오전으로 못박았다. "순서를 가장 마지막(토요일 일몰 후)으로 배치해 달라"는 A씨의 거듭된 요청에도 "입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집요강에 따라 면접을 실시할 것"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A씨는 면접고사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왔고 쟁점은 △A씨에게 면접 일정 변경을 요청할 권한이 있는지 △학교의 불합격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로 좁혀졌다. 1심은 학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에게 법규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각하), 면접을 언제 보느냐에 따라 어차피 일부는 불편을 감내할 수밖에 없으므로 종교적 특수성 때문에 다른 지원자에게 피해를 받아들이라고 할 순 없다(기각)"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에선 결론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대로 일몰시간까지 A씨를 격리 후 면접을 따로 보는 방식으로도, 학생선발 절차의 형평성∙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크다고 할 수 없다"면서 "학교의 입학 거부행위는 비례의 원칙(기본권은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한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냈다. 이의신청 거부 처분은 실질적으로 불합격 처분에 흡수되는 부분인 만큼 이를 다툴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원심이 인용한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했다. 하지만 불합격 처분 부분에선 '전남대가 재림교 신자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아 학교 패소 판결한 원심을 인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림교 신자들이 과거 헌법재판소에 시험 일정의 변경을 요구한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며 "이번 사건은 사법부를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응시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