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일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탄핵심판 절차를 일시 정지한 것을 둘러싸고 법조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재판을 이유로 탄핵심판이 중지된 첫 사례인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1심 결과가 나오기 전 헌재 결론이 나온 적이 있어 헌재의 이번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가 탄핵 심판을 정지하면서 내놓은 표면적 이유는 손 검사장의 형사재판이다. 헌재법 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때,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손 검사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있던 2020년 4월 21대 총선 직전에 유시민 작가 등 야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에 관여하고 고발장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전달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하는 등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내용은 손 검사장 탄핵 사유와 동일하다. 손 검사장은 올해 1월 1심에서 '고발장 작성에 관여하고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탄핵심판을 신중하게 처리하려 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손 검사장은 법원·헌재 양쪽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탄핵심판 준비기일에서 손 검사장 측은 "항소심에서 많은 증인을 신청하는 등 1심의 사실 오인을 입증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사실심 마지막 단계인 항소심(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법률심) 진행 상황을 보면서 탄핵심판 재개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항소심 판결 이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전직 헌재연구관은 "헌재는 1심 판결을 근거로 탄핵을 했다가 항소심에서 상반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 탄핵의 정당성이 도마에 오르는 반면, 손 검사장이 탄핵 결정에 불복할 방법은 없어 손 검사장의 권리 침해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헌법 소송은 3심제가 아니라 단심제를 채택하고 있고, 공무원은 파면되면 최대 50%까지 연금 액수가 줄어드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탄핵심판이 시급하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형사재판 결과를 보고 탄핵심판을 종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헌재는 대통령 궐위로 인한 국가적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해 수사 도중인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에 반해 손 검사장은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직책을 맡고 있다. 다른 전직 헌재연구관은 "검찰이 자체적으로 손 검사장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며 "직무 정지 연장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심판 일시 정지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청구인 측 변호인은 "손 검사장이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은 물증으로 입증됐다"며 "검찰청법 위반 등 다른 소추사유도 있는 만큼 국회 측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행법상 청구인 측이 탄핵 심판 정지 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