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전 연인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원래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이지만, 피해 여성 측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검찰의 결정이 타당한지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김중남)는 3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2월 몸살약을 복용하고 잠들어 있던 전 연인 B씨를 성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가 A씨의 범행을 알아채자마자 신고해 수사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2022년 8월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두 사람이 한때 연인관계였던 점을 들어 상대가 자고 있을 때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준강간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B씨는 재정신청을 했고, 지난해 4월 서울고법이 이를 인용해 정식 재판이 열렸다. 재정신청 인용 후 1년 만에 유죄 판단을 받아낸 셈이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 여성의 당시 몸 상태를 고려할 때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관된 피해자 진술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A씨를 질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반면 피고인은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사정도 없다"고 꾸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