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변경 시 공시 지원금 50만 원과 전환 지원금 50만 원, 15%인 추가지원금 15만 원을 합해 최대 115만 원의 지원이 가능해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14일부터 통신사를 변경하는 고객에게 통신사가 지원하는 '전환 지원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내세운 '최고의 시나리오'다. 이미 걸려 있던 공시 지원금에 전환 지원금의 최대한도인 50만 원을 더하면,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 기본형 가격 115만 원을 온전히 '지원금'만으로 얻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갤럭시 S24 115만 원을 맞추려고 지원금 한도를 50만 원까지 올린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많은 이는 "갤럭시 S24 실구매가가 0원에 가깝게 떨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S24 무료 제공'이란 큰 제목 아래에는 시작부터 깨알 같은 경고문이 내걸려 있었다. 전환 지원금의 최대한도가 50만 원이란 것이지, 실제 통신사가 50만 원을 무조건 준다고 한 적은 없었다. 애초에 50만 원 수준의 공시 지원금을 받으려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전환 지원금을 받으려면 통신사도 바꿔야 한다.
결국 최고의 시나리오는 망상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현재 갤럭시 S24에 걸린 전환 지원금은 KT 최대 8만 원, LG유플러스 최대 9만 원. 그마저도 가장 비싼 수준의 요금제를 택해야 전부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함께 준비한 '저가형 요금제'에는 전환 지원금이 없다.
예정된 결말이다. 갤럭시 S24는 현재 출시 두 달을 갓 넘겼다. 유통 현장에서 치열한 마케팅이 벌어지는 제품이다. 신기능 패키지인 '갤럭시 AI'를 내세웠으니 지원금이 딱히 없어도 소비자 관심은 쏠릴 수밖에 없다. 거기에 이미 출시 일주일 만에 통신 3사가 최대 50만 원의 공시 지원금을 걸었다. 두 달 걸린 전작 갤럭시 S23과 비교하면 초고속 할인이었다. 고객 입장에선 공시 지원금만으로도 충분한 경험 향상을 얻는다면 단말기값을 10만 원 더 아끼기 위해 구태여 통신사를 갈아타면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필요로 하지 않은 지원금을 필요로 한 것은 정부뿐이었다. 총선용이 명백한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단말기 유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휴대폰 가격을 내릴 방안을 강구하라"는 대통령의 '특명'이 시작이었다. 총선 결과에 관계없이 올해 중 폐지가 유력한 단통법의 시행령을 일부러 고쳐 가며 내놓은 '전환 지원금'은 그냥 '공시 지원금 확장팩'에 불과했다. 거기다 번호이동 고객에게만 제공하니 "장기 가입자가 오히려 차별을 받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당연했다.
지난 2일 민생토론회 결과 보고에서 전환 지원금 최대 수혜 모델로는 갤럭시 S24 대신 갤럭시 Z플립5가 등장했다. 전환 지원금 도입 이전에 비해 지원금이 도합 39만1,000원 늘었다고 했지만, 이미 출시 6개월도 넘은 제품 얘기다. 최신 제품의 떨어진 가치를 반영한 시장 작용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언젠가 '갤럭시 S24 무료 제공'을 보게 되더라도 그 역시 제도보다는 시장 작용의 결과일 것이다. 지금 갤럭시 S24 무료 제공이 거짓말이 된 건 경고문을 못 읽은 고객의 탓도, 지원금을 안 늘리는 기업의 탓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