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신 지역공약만… '정권 심판' 부각한 野 후보 공보물

입력
2024.04.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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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서은숙 등 최고위원 공보물서도 빠져
'지도부' 조정식·김병기에 '찐명' 김우영도
"안 써도 다 안다"지만 격전지 부담감 해석
입틀막·이채양명주 등 '정권실정' 내세우기도

지난달 31일까지 유권자들에게 배송된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후보 선거공보물에서 이재명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찾기 힘들다. 친이재명(친명)계 후보는 물론 영입인재들도 이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할 수 있는 사진을 선거공보에 담지 않았다. 중도층 표심 공략이 중요한 만큼 이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의식해 뺀 것으로 보인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민주당 지역구 후보 선거공보 분석 결과. 이 선대위원장 사진을 실은 후보는 전체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0% 중 상당수는 현역 의원들이 이 위원장과 찍은 것으로 그나마 작게 배치됐다.

이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크게 세운 후보는 노종면(인천 부평갑) 후보가 대표적이다. 노 후보는 공보물 마지막 페이지에 인재영입식 당시 이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배치했고, 중간에도 두 면에 걸쳐 유세 중 함께 찍은 사진을 포함시켰다. 최고위원인 서영교(서울 중랑갑), 수행비서 출신인 모경종(인천 서병), 이 위원장 고향인 안동에 출마하는 김상우(경북 안동예천) 후보도 이 위원장 사진을 크게 실었다.

최고위원 중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서은숙(부산 부산진갑) 후보는 공보물에서 지역 공약을 강조하면서 이 위원장 사진을 담지 않았다. '찐명'으로 통하는 박찬대(인천 연수을) 후보는 당이 진행한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 단체사진을 실으면서 이 위원장 얼굴만 작게 반영했다. 당 지도부 중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김영진 정무실장 공보물에는 이 위원장 사진이 빠졌다. 이들은 모두 수도권 출마자들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 의원들은 이 대표와 가깝다는 사실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다 안다"며 "그보다는 지역 현안을 더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구에 출마하는 '찐명’ 원외 인사 중에서도 이 위원장 사진을 숨긴 후보가 다수였다. 은평구청장 행적을 부각하는 데 치중한 김우영(은평을) 후보가 대표적 사례다. 부대변인 출신으로 전략공천을 받은 안귀령(도봉갑) 후보는 자신의 사진만 실었고, 마지막 페이지에 ‘김근태의 가치와 인재근의 정신’을 강조했다. 도봉갑은 김근태 전 의원에 이어 부인 인재근 의원이 3선을 한 지역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의원 솎아내기 공천으로 논란이 된 서울 강북을에 나선 한민수 후보도 이 위원장 사진 없이 ‘강북 대변인’을 앞세웠다.

이 위원장 사진이 빠진 자리에 민주당 후보들은 '정권 심판' 메시지를 뚜렷하게 내세웠다. 한민수 후보가 두 페이지에 걸쳐 '입틀막' 사진을 내건 것이 대표적이다. 영입인재인 김용만(경기 하남을) 후보는 증조부인 백범 김구 선생의 사진을 앞세우며 "잃어버린 국민의 자유를 되찾겠다"고 적었다. 대구 달성에 나서는 박형룡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상대 후보인 추경호 후보 사진을 걸면서 정권 비판을 하는 '역발상' 전략에 나섰다. 민주당의 5대 심판론인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사건·양평 고속도로 게이트·명품백 수수·주가조작 의혹)를 내건 후보도 상당수였다. 정권 심판 메시지를 내건 한 캠프 관계자는 이날 "입틀막 사건이나 물가 등 경제 문제는 공보물을 보는 시민들도 공감할 만한 '실정'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세인 기자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