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의 동형암호, 세계 최초로 국내서 사업화...유전체 분석에 적용

입력
2024.04.02 15:37

난공불락의 보안 기술로 꼽히는 동형암호가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사업화 됐다.

신생기업(스타트업) 크립토랩은 2일 자체 개발한 동형암호 기술 '혜안 유전체분석 솔루션'을 3년간 마크로젠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마크로젠은 동형암호를 유전체 분석 및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동형암호기술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업에 적용됐다.

동형암호는 열쇠를 컴퓨터에 보관하지 않는 보안 기술이다. 기존 보안기술들은 암호화된 자료를 수정하는 등 작업하려면 암호를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에 열쇠를 함께 보관했다. 그렇다 보니 해커들이 컴퓨터에 침입해 열쇠를 가로채면 자료를 훔쳐갈 수 있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동형암호는 아예 열쇠를 컴퓨터에 보관하지 않는다. 컴퓨터에는 오로지 암호화된 자료만 존재한다. 따라서 해커가 컴퓨터에 침입해도 열쇠가 없어 암호 처리된 자료를 손댈 수 없다.

동형암호는 자료의 암호를 해제하지 않고 사전 허가된 사람들만 암호화된 상태로 데이터 작업을 한다. 따라서 암호화된 자료의 전체 내용을 작업자도 알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작업을 위해 암호를 풀고 작업 후 다시 암호화하는 과정이 필요 없어 작업 속도가 대폭 빨라진다. 암호화된 자료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복사하는 등 열쇠가 필요한 작업은 스마트 안경이나 스마트 시계 등 컴퓨터 외부에 보관한 열쇠를 이용한다.

2017년 크립토랩을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는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동형암호 기술을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보안 소프트웨어 '혜안'을 만들었다. 혜안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가트너는 2022년 크립토랩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함께 동형암호를 선도하는 세계 주요 기업으로 선정했다. 또 알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벤처스, 키움인베스트먼트 등은 크립토랩에 210억 원을 투자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