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일부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이 MBC의 윤석열 대통령 과잉 경호 논란 보도를 긴급 심의해 제재하려 했으나, 여권 위원들조차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징계가 무산됐다. 야권 추천 위원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만 신속 심의하느냐”며 심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방심위는 2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MBC가 지난 1월 18일과 19일에 보도한 ‘강성희 의원 “국정기조 바꾸라 했다가 끌려 나가”’ 보도 등에 대해 긴급 심의했다. MBC는 이 보도에서 전북특별자치도 행사에서 윤 대통령과 악수하던 중 대통령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려 끌려나간 강성희 정의당 의원을 인터뷰한 내용과 여야의 입장을 전했다. 방심위에는 ‘야당 대표 흉기 테러(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올해 1월 부산 가덕도 방문 당시 피습 사건)로 대통령 경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 (대통령실의) 반론이 포함되지 않은 편파 보도’이라는 민원이 제기됐고, 방심위는 긴급 심의를 결정했다. 전체 방심위원 8명 중 3명 이상이 긴급 심의에 찬성하면 빠르게 심의할 수 있다.
여권 추천 위원 4명, 야권 추천 위원 1명으로 구성된 방송소위는 여당 위원들이 제재를 주도할 수 있다. 여권 추천인 류희림 위원장과 이정옥 위원은 “강성희 의원의 일방적인 녹취만 계속 튼 1월 18일 보도는 왜곡된 것이 많다”며 중징계 결정 전 거쳐야 하는 절차인 ‘관계자 의견 진술’ 입장을 냈다. 하지만 여권 추천 황성욱·문재완 위원은 “일방의 주장만 보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문제없음’ 입장을 냈다.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문제없음' 3명, '의견 진술' 2명으로 MBC는 제재를 면했다. 지금까지 여권 위원들이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해 만장일치로 징계를 의결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결과다. 또 ‘입틀막’ 보도를 긴급 안건으로 올리며 중대 사안으로 취급한 일부 여권 위원들을 무색하게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야권 추천 윤 위원은 “신속심의 안건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신속 심의 필요성을 인정한 위원이 있다면 왜 신속심의 안건인지 설명해야 한다”며 류 위원장에게 '입틀막' 보도를 신속 심의 안건으로 제의했는지 질의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이슈들을 신속하게 심의하겠다고 위원들이 판단한 것인데 그 이유를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윤 위원은 “독립 심의기구인 방심위원들은 자신의 심의 기준을 국민에게 공표해야 하고, 그 기준이 일관적이어야 함에도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공교롭게도 늘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가 신속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