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톱배우 몸값…업계 내 신예 발굴 움직임 [HI★초점]

입력
2024.04.09 07:40
톱배우들의 억대 출연료 향한 원성 자자
반작용으로 신예 발굴 향한 움직임

일부 톱배우들의 고액 출연료 논쟁이 제작사들의 읍소로 더욱 불이 붙었다. 실명이 거론된 배우들을 향한 민심도 차갑다. 이 가운데 드라마 제작사들은 신예를 발굴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연기와 비주얼을 겸비한 신인 연기자를 기용해 스타성이 아닌 작품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올해 초 드라마 제작사들의 아우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유명 배우들이 회당 수억대의 출연료를 가져가면서 제작비가 급증했고 콘텐츠 산업 자체에 악순환을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 협회에 소속한 제작사들은 "배우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라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국내 시청률 파이가 과거보다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제작사들은 나란히 해외 판권 판매로 눈을 돌렸고 해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배우를 섭외하고자 나섰다. '오징어 게임' 출연자인 이정재를 비롯해 김수현 박보검 등이 출연하기만 해도 OTT 플랫폼 판매가는 훌쩍 뛴다는 후문이다.

톱배우 기용이 흥행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순 있겠지만 필승법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톱 배우들의 출연이 꼭 흥행률로 올라가지 않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 시청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최종회까지 호성적이 이어지지도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작품이다. 각 방송사의 단막극은 OTT 플랫폼으로도 공개했는데 '딱밤 한 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 '멧돼지 사냥' 등 오로지 작품성으로만 승부했던 예시다.

특히 K-학원물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높은 타율을 보이고 있는데 학원물의 특성상 원톱물이 아닌 다수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신인 등용문이 되고 있다. 한때 공포 영화가 등용문이었다면 이젠 K-학원물이 새로운 등용문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00년대 저예산으로 신인 배우들을 써야 했던 공포 영화들은 장르적 세분화를 꾀하며 크리처물, 장르물 등 다각도로 진화했다.

특히 K-학원물은 낮은 연령대의 배우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인들을 기용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방과 후 전쟁활동' '하이쿠키' '밤이 되었습니다' 등이 신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판을 짰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박지후 로몬 유인수 김우석 안지호 이재인 차우민 등 많은 신예들도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쳤다.

톱배우들은 주로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배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으로 움직이는 학원물에서 톱스타의 등장은 성사되기 어렵다. 반면 신인 연기자들에겐 좋은 기회다. 조연이어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길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성에 차지 않는 배역이더라도 신예들에겐 가능성을 입증하는 자리가 된다.

티빙 '피라미드 게임'은 주인공 김지연을 제외하고 24명의 학생들이 대부분 첫 작품이다. 배우 출연료를 절감하고 대신 연출에 집중하면서 성공 예시가 됐다. 장다아 신슬기 강나언 류다인 등 생소한 이름들의 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 굵직한 배역을 맡았는데 오히려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이는 연출자가 싱크로율과 연기력만 보고 발탁한 보석들이다. OTT에서 신인 발굴이 주로 이뤄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무빙'의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은 좋은 작품을 만나 단번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김도훈은 단막극 '고백 공격'까지 연이어 공개되면서 연기력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또 쿠팡플레이 '소년시대'의 이시우는 새로운 스타덤에 올랐다.

이와 관련 한 매니지먼트 대표 A씨는 "드라마 제작사에서 신예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이 최근 부쩍 논의되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을 찾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스타의 명성만 쫓는 캐스팅은 작품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남긴다. 특정 배우들의 몸값이 치솟는 가시적인 현상이 지금도 존재한다. '피라미드 게임'처럼 A등급에 속한 이들이 가져가는 액수가 수백억대에 이르고, F등급에 속한 이들이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톱스타들에게 직접 몸값을 내리라는 요구는 통용되기 어려운 협상이다. 다만 제작사들의 유명 배우 출연료에 대한 고민이 지속된다면 더욱 건강하고 안정적인 생태계가 조성되리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우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