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기(10년물 이상) 국고채 금리가 미국을 따르는 현상(동조화)이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을 앞둔 현재, 미국처럼 한국 금리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1일 한국은행이 낸 '최근 글로벌 통화긴축기 중 미국 국채금리의 국내 파급 영향 확대 배경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2022년 이후 한국과 미국의 국채 10년물은 0.94에 이르는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
2021년 이전 미국 금리와 동조화 경향이 강했던 캐나다(2022~2024년 0.88), 뉴질랜드(0.91), 영국(0.74)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6년 만에 연 5%를 돌파했을 때, 한국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도 8개월 만에 연 5%대로 올라선 바 있다.
유독 한국의 금리 동조화가 심해진 까닭으로 보고서는 ①'국내 채권시장의 성장과 외국인 유입 증가'를 꼽았다. "특히 한국 국채 선물시장이 글로벌 투자자가 아시아 지역 포트폴리오 운용 시 호주와 함께 우선 활용하는 시장으로 성장"해 금융연계성이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②'한국 금리가 미국을 따를 것'이라는 국내 투자자의 기대 또한 강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주요국이 일제히 금리를 내렸고, 글로벌 물가 충격에는 한결같이 금리를 급격히 올렸던 것을 경험한 결과다. ③한국 국채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또한 한국 금리가 미국을 따를 것이라 보고 한 방향 베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쓴 구병수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 과장은 "2023년에는 거시경제 충격이 크지 않았고 국가별 여건이 차별화했는데도 '향후 금리 경로가 비슷할 것'이란 기대가 남아있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미국 민감도가 더 커진 측면도 있다.
④고물가 등 실물 경제 여건이 비슷해 통화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 ⑤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미국 달러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일 때 위험 회피 심리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것도 동조화 배경으로 언급됐다.
금리 동조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한·미 통화정책 기조 전환(pivot) 과정에서 미국 영향으로 국내 장기 국고채 금리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양국 통화정책 차별화가 본격화하면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구 과장은 "한국이 기준금리를 (먼저) 동결했을 때, 이창용 총재가 '향후 6개월간 금리인하 가능성은 없다'는 발언을 했을 때 (미 금리의) 파급 영향이 크게 약화됐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