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대출 피해자 없다는 양문석의 적반하장, 의원자격 없다

입력
2024.04.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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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잠원동 31억 원짜리 재건축 아파트를 사면서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 원의 사업자 대출을 받아 논란이 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후보가 “사기 대출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양 후보는 “편법 대출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우리 가족의 대출로 사기당한 피해자가 있나”라고 반성하지 않았다. 업계 관행인 만큼 자신을 파렴치범으로 몰아선 안 된다는 어이없는 주장이다.

양 후보의 궤변은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드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양 후보가 전용 137㎡ 아파트를 산 2020년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이 불가했다. 이에 양 후보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뒤 다시 대학생 딸 명의로 대구 수성 새마을금고에서 사업자금 11억 원을 대출받아 상환했다. 사업 목적 대출금을 주택 구입용으로 기재하는 건 불법이다. 거액의 대출 규모도 의문투성이다. 양 후보의 딸은 실제 사업을 하는 대신 ‘아빠 찬스’와 ‘부모 잘 만난 복’을 누려 캐나다 유학도 떠났다. 당국은 즉시 대출금을 회수하고 대출 전 과정의 불법에 대해 수사를 벌이길 바란다.

더 황당한 건 그다지 큰 문제로 보지 않는 민주당의 반응이다. 본인이 깊이 사죄하면 될 일이지 사퇴할 사안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공천 심사 중 이를 걸러내지 못한 책임부터 통감하고 사과해야 할 민주당은 열흘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인 듯한데, 그의 부동산 투기는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문제다. 양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실패한 불량품'으로 폄하한 바 있다.

양 후보가 강남 고가 아파트를 산 시기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던 때였다. 정작 민주당 인사인 양 후보는 법을 농락하고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재건축 단지를 산 것인데 이런 내로남불이 당시 27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강남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이 정작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지역구는 경기 안산갑이다.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도 도덕성도 없다면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