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접한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 이른바 '블루라인(Blue Line)'에서 발생한 폭발로 현지에서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하던 유엔 소속 군사 감시관 등 4명이 다쳤다. 블루라인은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34일간 전면전(제2차 레바논 전쟁) 이후 휴전을 위해 새겨진 국경선이다.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근 지역도 차츰 전운이 감돌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UNIFIL) 안드레아 테넨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날 레바논 남부 르메이쉬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유엔 정전감시기구(UNTSO) 소속 군사 감시관 3명과 통역 보조원 1명이 근처에서 발생한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정확한 폭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레바논 현지 언론들은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이스라엘군의 소행'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하던 유엔 관계자를 겨냥한 공격은 그 자체로 역내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UNIFIL이 지난달 28일 "블루라인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 사태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는 입장을 낸 지 이틀 만이다.
블루라인은 2006년 전쟁 종식을 위해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01호에 따라 생긴 경계선이다. UNIFIL이 이곳에 배치돼 휴전을 감시하고 UNTSO가 지원한다. 그럼에도 하마스와 비교할 수 없는 군사력을 보유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이 선을 경계로 서로를 향해 십수 년간 벼르고 별러 '중동의 화약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블루라인에서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무력충돌이 벌어졌다. 헤즈볼라는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가자지구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은 후방을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서로를 향해 로켓과 드론을 날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국경지대를 넘어 레바논 영토 깊숙한 곳은 물론 헤즈볼라가 주둔하던 옆나라 시리아까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에도 헤즈볼라를 겨냥해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와 이들리브 지역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헤즈볼라 대원 7명과 시리아 정부군 36명 등 총 44명이 숨졌다.
확전 가능성에 대비해 이스라엘은 레바논 접경 지역 인근 주민 10만 명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이미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헤즈볼라 격퇴에서 추격으로 전환한다"며 작전 확대를 공언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한 대씩 주고받아온 양측의 무력 충돌이 임계점을 넘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악의 경우 헤즈볼라의 배후에 있는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