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무서운 암이다. 폐암 사망자는 10만 명당 36.8명(2021년 국내 사망 원인 통계)으로 ‘암 사망률 1위’이기 때문이다. 폐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38.5%에 불과하다(국가암정보센터).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평균 71.5%인 점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그렇다고 너무 공포에 사로잡힐 것만은 아니다. 최근 폐암 치료에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약이 속속 나오면서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어서다.
폐암은 소(小)세포암과 비소(非小)세포암으로 나뉜다. 비소세포암이 80~85% 정도를 차지한다. 비소세포암은 다시 세부적으로 선암·편평상피세포암·대(大)세포암 등으로 분류한다.
폐암 발병 원인은 80% 정도가 흡연(간접흡연도 포함) 때문이다. 직접 흡연은 13배, 장기간 간접흡연은 1.5배 정도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흡연의 양과 기간도 관련이 깊다.
서종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폐암 발생 위험은 담배를 피우는 나이가 적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커진다”며 “아예 흡연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흡연자는 지금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여성 폐암 환자의 80% 이상은 흡연 경험이 없다. 간접흡연과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주방 내 유해 연기, 방사성 유해 물질 노출, 나이 들면서 암 발병 자체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관민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선암(腺癌·폐 말초 부위에 발생)은 흡연 남성 환자에게서 보이는 편평상피세포암이나 소세포암과 달리 표적항암제 등에 잘 반응하는 ‘EGFR 및 ALK’ 유전자 돌연변이가 3분의 2 정도 발견되기에 치료 성적이 비교적 우수하다”고 했다.
이 밖에 석면·비소·크롬 등 위험 요인에 노출된 직업적 요인, 공기 중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방사성 유해 물질 등 환경 요인, 폐암 가족력 등 유전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도 한다.
폐암은 1·2기가 초기, 3기가 중기, 4기가 말기로 분류된다. 진단 시 40~45%가 1·2기, 20~30%가 3기, 40%가량이 4기로 진단된다.
1·2기는 기본적으로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하는 게 원칙이다. 3기 이상 폐암은 수술을 하든지 비수술적 치료를 하든지 치료 효과가 비슷하므로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다만 보통 폐암 1·2기 병기(病期)에는 수술적 치료와 함께 필요하면 항암 치료나 약물 치료를 추가 시행한다.
가장 확실한 폐암 치료법은 수술이다. 수술로 암세포를 포함한 폐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수술 후 삶의 질을 고려해 최소 부위만 절제하거나 시간 단축을 통해 회복 시간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특히 폐암 중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선암은 주로 수술로 치료한다.
서 교수는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완치율이 높은 편이고 수술 가능하다는 건 완치 희망이 있다는 뜻”이라며 “수술 후에도 몸이 적응하면서 폐 기능이 향상되고 보완될 수 있다. 6개월에 걸쳐 폐 기능이 10% 정도 회복되는데, 수술 전과 후 꾸준한 운동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수술과 함께 폐암 치료에 중요한 것이 조기 진단이다. 조기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초기 발견이 쉽지 않다. 조기 진단한 환자는 전체의 5~15%에 불과하다. 폐에는 감각신경이 없어 증상을 느끼지 못해서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폐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다. 저선량 CT는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6분의 1로 줄여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 국가암검진에 따라 55세 이상 중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 이상 피운 고위험군은 2년마다 무료로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장윤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은 55세 이후 점점 늘어나므로 흡연처럼 위험 요인이 있다면 연 1회 저선량 CT 검사를 받는 게 조기 진단·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폐암을 예방하려면 금연이 필수적이다. 오염된 공기·미세먼지·석면·비소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폐암 유발 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외출이나 작업 시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