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구원투수로 윤상현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이사를 등판시킨다. 그룹 측은 윤 대표가 다음 달부터 단독 대표로 기존 커머스에 엔터테인먼트까지 맡으며 CJ ENM을 홀로 이끌게 됐다고 29일 밝혔다.
1999년 CJ그룹에 입사한 윤 대표는 CJ대한통운 인수와 CJ제일제당 슈완스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이끈 전략가로 통한다. 2022년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이사에 오른 뒤에는 TV홈쇼핑, T커머스, 모바일 라이브 등 여러 판매채널을 아우르는 신사업 '원플랫폼' 전략을 실행해 성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런 그에게 CJ ENM의 지휘봉을 맡긴 것은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정기 임원 인사가 끝난 지 한 달 만에 이례적으로 '원포인트' 인사를 낸 것부터가 그렇다.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책임졌던 구창근 대표이사는 그만두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엔터테인먼트 부문까지 맡게 된 윤 대표는 앞으로 영화 등 부진한 콘텐츠 사업의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 당장은 티빙의 프로야구 경기 중계 중단 등으로 하락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과제도 안았다.
CJ ENM의 티빙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2026년 3년 동안 총 1,350억 원에 KBO리그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시범 경기를 중계하다 시스템 조작 실수로 중계를 1분 동안 멈추고 황당한 자막 오류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티빙 최고경영자(CEO)가 공개 사과를 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중계권을 앞세워 구독 회원 수를 늘려보겠다는 승부수가 도리어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된 것.
구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안식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가 사임을 요청했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