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심 무섭다' 당 요구에 이종섭 사의 수용… 의정갈등 해법에 촉각

입력
2024.03.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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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한동훈 요구에 사의 전격 수용
여당 일각에서는 '만시지탄' 분위기도
'의정갈등' 관련 윤 대통령 해법에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 대사 스스로 사의를 밝힌 모양새를 취했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에 휩싸인 국민의힘 요구에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대사 정리만으로는 현재의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기류도 많아, '의정갈등' 봉합 차원에서 당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 없는 대화'에 대한 윤 대통령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외교부가 올린 이 대사의 사의를 재가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사가 21일 자진 귀국한 지 8일 만이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 대사 사의를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이 대사 임명이 정당한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까지 냈다. 이후 여당의 강력한 요구에 이 대사 조기 소환까지 받아들였지만, 이때도 이 대사에 대한 "임명 철회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한 여당에서 지속적으로 이 대사 면직을 요구했고, 남은 총선 시점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대통령실도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 요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 대사가 야당의 과도한 공세에 몰렸다는 점은 당에서도 인정했다"면서도 "다만 이 대사를 '왜 이 시점에 임명했느냐'는 국민들의 합리적 의심을 살피는 게 좋겠다는 요구가 대통령실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만시지탄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당 관계자는 "이렇게 결단을 내릴 거라면 민심이 악화하기 전에 결정해도 됐다"며 "민심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어서 용산이 전향적 자세를 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총선 국면 전환 차원에서 최대 이슈인 '의정갈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도 "의제 제한 없이 건설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도 의대 정원과 이 대사 거취는 결이 다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2,000명 증원은 의료개혁이라는 국민적 지지와 오랜 기간 실증과 검증을 통해 도출한 해법"이라며 증원 규모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실제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높은 상황이라 이를 번복할 명분도 마땅치 않은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여당을 중심으로는 윤 대통령이 전공의 등 의료계를 향해 "직접 대화" 제안이 해법으로 제기된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은 2,000명 증원안을 설득하고 의료계는 반박 논리를 설득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장기화하는 의료 파행을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도 총선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강경 일변도의 자세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빈 기자